술에 관한 오해와 진실 5

방송인 박경림이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알코올 알레르기란 음주 시 온몸이 빨개지거나, 두드러기가 나타나고, 심할 경우 호흡곤란이 오는 증상을 말한다. 실제로 두드러기나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얼굴과 몸이 붉어지는 것은 매우 흔한 경우이다. 한때는 음주 후 얼굴이 하얘지는 것보다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더욱 건강하다는 속설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은 반대다.

2016-12-12     비온뒤

1. 술, 가장 과소평가된 1급 발암물질?

하지만 1급 발암물질 중 가장 간과하고 있는 것은 '술'이다. 담배는 끊어야 할 기호품으로 여겨지는 반면, 술은 '적당히 마시면 괜찮다'는 식이기 때문이다. 또 한두 잔의 술은 뇌졸중과 치매를 예방한다는 연구결과에 애주가들은 더욱 마음을 놓는다. 그러나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은 '적당한 음주는 심장질환을 24% 낮춰주는 반면, 발암률은 51% 높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서는 2009년 미국에서 암으로 사망한 인구의 3.5%가 '술'이 원인이라고 밝히며, 술은 섭취와 동시 흡수・분해・축이 이루어져 구강, 목구멍, 후두에 나타나는 두경부암을 비롯해, 간암, 대장암, 유방암에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2. 주량이 약할수록 독한 술을 택하라?

술은 크게 증류주와 발효주로 구분된다. 흔히 도수가 높고 독한 술이 중류주이고, 막걸리, 청주, 맥주, 와인처럼 곡류나 과일을 발효시켜 만든 술이 발효주이다. 뜻밖에도 숙취의 주범은 대부분 '발효주'에서 나타난다. 발효주를 만들 때 생성되는 불순물이 알코올분해를 지연시키는 것이다. 소주나 보드카 같은 증류주의 숙취가 적은 이유는, 높은 도수의 고농도 알코올을 얻기 위해 '불순물을 제거하는 증류과정' 거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깨끗한 증류주라도 과음에는 장사가 없다. 따라서 과실주보다는, 적은 양의 증류주를 여러 번에 나눠 마시는 것이 숙취를 줄이는 음주 요령이라 할 수 있다.

3. 숙취는 양보다 속도 때문이다?

음주의 속도는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에 영향을 준다. 때문에 술을 빨리 마시면 뇌세포가 손상되고 필름이 끊기는 증상이 오기 쉽다. 또 위장이 비어 있을 경우 알코올 흡수가 빨라져 간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술을 마시기 전에는 음식물을 섭취하고, 천천히 대화를 나누면서 음주 총량을 지켜 섭취하는 것이 좋다.

4.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덜 위험하다?

그러나 결론은 반대다.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선천적으로 알코올분해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알코올분해 능력이 부족해 체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쌓이면 피부가 붉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에는 한림대 의대 연구팀이 대장암을 진단받은 1,280명과 정상인 1,0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알코올 분해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서 대장암 발병률이 6배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2013년에는 충남대병원 연구팀이 21,763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술을 마신 후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고혈압의 위험이 2배 높다고 밝힌 바 있다.

5. 숙취에는 기름진 음식이 나쁘다?

그렇다면 이렇게 결론지어볼 수 있다. 음주 전에는 포만감을 주는 식사를 통해 알코올 흡수를 늦추고, 음주 도중과 음주 후에는 간의 왕성한 활동을 위해 신진대사를 돕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다. 예컨대 의사들이 음주 후 포도당주사를 맞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주사보다는, 아스파라긴산과 비타민이 풍부해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효소를 만들어주는 콩나물국이나, 유해산소를 없애주는 북엇국, 간세포 재생을 돕는 타우린 성분의 조갯국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그밖에 커피나 에너지음료 등의 카페인류나, 알코올 흡수를 촉진하는 탄산음료는 삼가야 한다.

의학채널 비온뒤 강문희 기자

* 이 글은 의학전문채널 <비온뒤> 홈페이지(aftertherain.kr)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