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식 밥줄 논란에 대한 "그랬구나" 게임

며칠 전 정중식 씨는 특정 세력의 항의 때문에 무대에 설 수 없다는 글을 썼다. 거의 밥줄이 끊길 지경이라는 토로였다. 나는 소비자 행동에 의해 기회 자체가 차단됐다는 점에서 김자연 성우의 계약 해지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고 안타까움을 느꼈다. 논란된 창작자나 예능인에게 '기회의 차단'은 가혹하다. 그가 개털이라면 더욱 더. 나는 이 헬조선에서, 개털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되도록 보장받길 바란다. 그 뒤 시장이나 평단에서 평가받도록 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본다. 상업적 무대의 주최 측에 대한 직접적 압력이 과하다고 느낀 이유다.

2016-12-13     최서윤
ⓒ연합뉴스

며칠 전 정중식 씨는 특정 세력의 항의 때문에 무대에 설 수 없다는 글을 썼다. 거의 밥줄이 끊길 지경이라는 토로였다. 나는 소비자 행동에 의해 기회 자체가 차단됐다는 점에서 김자연 성우의 계약 해지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고 안타까움을 느꼈다. 논란된 창작자나 예능인에게 '기회의 차단'은 가혹하다. 그가 개털이라면 더욱 더. 나는 이 헬조선에서, 개털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되도록 보장받길 바란다. 그 뒤 시장이나 평단에서 평가받도록 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본다. 상업적 무대의 주최 측에 대한 직접적 압력이 과하다고 느낀 이유다.

사건의 발단은 대부분의 그의 노래가사에서 여성은 (대다수 여성이 원치 않는 방식으로) 남성에 의해 대상화된 존재였다는 것이다. 즉 '청년' 모두를 대변하겠다는 정당이 한쪽 성별의 이야기만 주워섬긴다는 문제 제기였다. 가장 대표적으로 논란이 된 노래의 서사는 '유출된 일반인 성관계 동영상에서 전 여자친구를 보고 자위하다가 스스로를 연민하는 한국남자'에 대한 것이었다. 몰카 피해자의 영상을 보고도 자기연민이 우선인 '남성 보편'에 대한 분노가 그에게 투영됐다.

며칠간 정중식 씨의 페이스북 댓글란에는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무조건적인 지지, 인신공격성 악플, '조곤조곤'한 설득, 그 모든 게 어지러이 뒤엉켰다. 나는 정중식 씨에 대한 인신공격과 조롱도 문제지만, 정중식 씨에 대한 모든 문제제기를 '메갈'이라 딱지 붙이며 싸잡아 깔아뭉갠 이들도 잡음을 키웠다고 생각한다. 악플과 정중한 태도로 의견을 개진하는 댓글을 똑같이 취급한 것이다. 예컨대 그가 '감히' 정의당과 협력하려 했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비난하거나, 노래 그 자체를 (어떤 점에서 유해한지에 대한 비평이 아닌) 범죄로 규정하며 정중식을 패는 A그룹과 그가 페이스북에 글을 쓸 때마다 묻어나오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깃든 사고나 표현에 버튼 눌려서 지적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B그룹을 등치시키는 것. 나는 A그룹의 지탄은 과하다고 생각하지만 B그룹의 요청은 합당하다고 본다.

무한도전에서 "그랬구나" 게임을 봤다. 그것처럼 한 그룹 대 한 그룹 씩 손에 손 잡고 허심탄회하게 대화 나누는 것을 상상했다. 나도 임의로 그룹을 나눠봤다. 각자가 속한다고 생각하는 그룹이 있다면 해당 내용을 읽어주심 좋겠다...고 쓰다 보니 이거 혹시 광역도발이 될까봐 두렵네... 반론해주시면 "그랬구나..." 하며 귀담아듣고 공부하겠습니다. 딱히 해당되는 그룹이 없다면 아마 저랑 비슷한 의견을 가지고 계신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정중식씨가 부족한 젠더 의식으로 유해한 창작물을 발표한 것은 맞지만 변화의 의지를 표했으므로 좀 더 지켜보겠으며, 그때까지 그가 너무 고통 받지 않고 살아남길 바란다는 입장...이랄까).

* 정중식의 밥줄이 끊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 '이게 다 메갈 때문이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 정중식님에게:

* 정책입안자들에게: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