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에 답답한 농가

2015-05-06     김병철
ⓒYTN

4일 찾은 충북 제천 백운면의 백수오 재배 농민들은 답답해했다. 직접 만나거나 통화한 농민 5명 가운데 내츄럴엔도텍의 이름을 제대로 말한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다들 그냥 “회사” 정도로 불렀다. 제천은 100여 농가가 116만㎡(35만평)에서 백수오를 재배한다. 백운면에선 60~70여 농가가 백수오 농사를 짓는다. 영농조합에서 농가 수확물을 거둬 지난해 식품제조사인 어느 회사에 팔았다는 것만 알뿐 그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농민들은 관심이 없었다.

“방송에서 백수오가 다 가짜인 양 떠들어대니 농민들은 어쩌란 거요?”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농부는 싹을 틔운 백수오 모종에서 불량품을 고르며 언론에 불만을 쏟아냈다. 이 농부는 올해 처음으로 백수오 농사를 시작한 참이다. 양배추·브로콜리 등을 키우던 밭은 백수오 모종을 심기 위해 갈아놓고 검은 비닐을 씌운 채 일정한 간격마다 구멍을 뚫어놓았다. 그게 1322㎡(400평)이다. 이 구멍에 백수오 모종을 심으면 11월부터 수확을 할 수 있다. 아내와 밭에 백수오 모종을 심던 농부는 “값이 괜찮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구경도 못한 가짜 때문에 이제 와 다른 걸 할 수도 없고 걱정”이라고 말했다.

충북 제천 백운면 원월리의 한 농가에서 밭에 백수오 모종을 심고 있다. 백수오는 봄철에 심어 추운 겨울이 오기 전 수확한다.

“중국 백수오랑 국산 백수오가 구분이 어려워 우리가 심는 것에 섞여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하지만 그런 게 있다고 듣기만 했지 보진 못했죠. 우리가 가짜를 키웠는지 가져가 실험해보라고 해요.”

“백수오를 ㎏당 5000원에 매매를 했어요. 농가에선 그 정도면 수입이 괜찮아요. 업체들이 가짜를 섞어서 문제인 거지 백수오의 효능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잖아요. 이제는 회사에 팔지 말고 지인들 위주로 직거래를 하려고요. 수입도 이게 나을 테니 아마도 저처럼 직거래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걸요.”

“밥 한술도 못 떠요.” 백운면 백수오 작목반장인 천성미씨는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농가 시름 깊다’고 언론에 백번 나가면 뭐해요. 우린 당장 재배한 농작물을 팔 곳이 필요한데…. 지난해 수확물은 죄다 ‘그 회사’에 납품했어요. 그 회사만한 큰 곳이 없어요.”

천씨는 올해도 백운면 농가의 백수오 수확물을 모아 내츄럴엔도텍에 판매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그는 백수오 식품제조사들이 영세해 판매처가 마땅치 않다고 걱정했다. 내츄럴엔도텍이 이참에 품질관리 등에 더 신경을 쓰겠다고 하고 위기를 잘 넘기길 바랐다. “가짜 백수오 논란에 소비자뿐만 아니라 우리도 피해자가 됐어요. 우린 떳떳하니까, 올해도 포기하지 않고 백수오 농사를 짓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