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유럽도 이제 본격적으로 돈줄을 죄고 있다

2016-12-11     김수빈
Image relates the U.S. federal government with such concepts as savings, budgeting, spending, finance, taxes, fiscal and monetary policy ⓒPeter Gridley via Getty Images

주요국 당국은 그간 '제로(0) 금리' 안팎의 수준을 유지하거나 대량의 채권을 사들여 돈을 푸는 양적완화를 해왔지만, 이제는 속도·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 금리 인상과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으로 방향을 트는 모습이다.

중국과 터키, 멕시코 등 신흥시장에서는 자국에서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는 위기감에 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정책이 이미 등장했거나 예상되고 있다.

美 12월 금리인상 전망 100%…트럼프 효과에 "내후년에는 금리 2% 넘길 듯"

연준은 오는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후 올해 총 4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저유가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미국 대통령 선거 등 이슈가 겹치면서 아직 한 번도 올리지 못했다.

금리 인상을 위한 여건이 갖춰진 셈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의 집계에서도 12월 금리 인상 확률은 97.2%였다.

기업의 세율 인하 정책과 인프라 투자 등이 겹치면서 미국 경제가 부풀어 오르고 물가 상승세가 탄력을 받으면 자연히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 번에 0.25% 포인트를 올린다고 가정하면 올해 12월 인상 이후 내년에만 3차례 올릴 것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연준이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그간 시중에 유동성이 흐르길 기대하며 풀어뒀던 돈 자루를 다시 죈다는 신호다.

이후 2010년 2차 양적완화에서는 매달 750억 달러씩 장기국채를 매입하고 2012년 3차 양적완화에서는 매달 400억 달러의 MBS를 무제한 사들인 바 있다.

이제는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저금리 시대와 작별을 고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ECB는 내년 4월부터 자산매입규모 축소…테이퍼링 시동 걸기?

ECB는 이달 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내년 4월부터 자산매입 규모를 기존 800억 유로에서 600억 유로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ECB는 그간 마이너스 금리와 대규모 자산매입 프로그램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 불씨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ECB가 애초 제시한 양적완화 시한인 내년 3월을 앞두고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리라는 관측은 최근 부쩍 늘었다. 지난 10월 ECB 위원들이 자산매입 규모를 한 달에 100억 유로씩 줄이는 테이퍼링 방안을 논의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을 두고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테이퍼링' 또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완화책'이라고 표현했다.

유로존의 경제지표가 충분히 회복하면 ECB가 양적 완화를 지속할 필요성도 줄어든다.

中 외환보유액 급감에 금리인상 강수 내놓나…터키·멕시코 환율방어 안간힘

미국 금리 인상 기대와 달러 강세로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그 여파로 신흥국 통화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어서다.

역외 위안화 환율과 역내 환율도 그간 환율 역사를 새로 쓰며 달러당 7위안 선을 위협했다.

만약 외환보유액이 3조 달러 아래로 내려갈 경우에는 심리적 마지노선이 깨지면서 자본유출 흐름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이제 남은 카드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을 훌쩍 넘어 전년 대비 3.3% 성장하면서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멕시코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5.25%로 인상하며 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지만, 페소화 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터키도 애를 먹고 있다. 달러 대비 터키 리라화 환율은 지난 2일 달러당 3.5935리라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리라화 환율은 연초 대비 약 23% 올랐다. 환율 상승은 리라화의 가치 하락을 뜻한다.

이에 터키 증권거래소는 보유 현금을 리라화로 교환했고 국방부도 방위산업기금의 자산을 달러와 유로화에서 리라화로 바꿨다고 밝혔다.

터키항공도 터키에서 출발하는 모든 성지순례 승객의 운임을 리라화로 결제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