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회고록] 21. 자원외교, 무엇이 문제였나

외교 상식에서 자원외교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촌스러움의 극치다. 외교에 자원이라는 말 자체를 붙이는 게 넌센스이다. '나 자원외교 합니다'라고 얘기하고 자원외교 하는 게 어디 있나. 상대로 하여금 값을 올리게 하는 행위다. 예를 들면 '나, 너희 금 사러 간다. 그것도 대통령 형이 간다. 그리고 우리 실적 올려야 하는 것 알지?' 이런 식이다. 세상에 이런 외교가 어디 있나. 그쪽 나라 입장에서 보면 '아, 호구가 나타나는구나. 우리가 어떻게 말아 먹을까' 하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MOU를 맺고, 양로원이고 뭐고 다 짓도록 해놓은 다음 국유화 해버린다.

2016-12-09     정두언

[최고의 정치, 최악의 정치 - 정권은 왜 매번 실패하는가]를 연재합니다. 연재의 다른 글은 정 전 의원의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블로그 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2012년 1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했다. © 한겨레

자원외교 자체가 난센스였다

정권을 잡으면 누구나 자원과 관련해 돈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MB 정부는 자주개발률을 들고 나왔다. 자주개발률은 대한민국이 전체 사용하는 자원의 양 중에 확보한 자원의 양이 얼마인가 하는 것이다. 그 양을 늘려야 한다는 것인데 쉬운 일이 아니다. '프레시안'의 관련 기획연재 기사를 보면 자원 관련기관들이 성과를 의식하여 통계치를 늘리기 위해서 기준을 바꿨다. 그 전 통계기준으로 하면 안 되니까 아예 기준을 바꿔서 프로티지(%)를 늘려버린 것이다.

한승수 총리는 2008년 5월 11일부터 10일간 중앙아시아 3개국 및 아제르바이잔을 순방했다. 이때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순방에 참여했다. 이중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K사라는 다소 작은 규모의 열병합설비 전문업체가 포함되어 눈길을 끌었다. 나중에 이 회사는 뇌물 수수 사건에 휘말렸다. 당시 수사선상에 올랐던 김영철 총리실 차장이 자살하기도 했다.

외교 상식에서 자원외교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촌스러움의 극치다. 외교에 자원이라는 말 자체를 붙이는 게 넌센스이다. '나 자원외교 합니다'라고 얘기하고 자원외교 하는 게 어디 있나. 상대로 하여금 값을 올리게 하는 행위다. 예를 들면 '나, 너희 금 사러 간다. 그것도 대통령 형이 간다. 그리고 우리 실적 올려야 하는 것 알지?' 이런 식이다. 세상에 이런 외교가 어디 있나. 그쪽 나라 입장에서 보면 '아, 호구가 나타나는구나. 우리가 어떻게 말아 먹을까' 하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MOU를 맺고, 양로원이고 뭐고 다 짓도록 해놓은 다음 국유화 해버린다. 리튬 광산 개발과 관련한 볼리비아의 사례가 그렇지 않았나. 노무현 대통령 시절 가스를 들여올 때 국제가격보다 비싸게 받고 계약도 길게 해서 가스공사가 손해를 봐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자원외교는 대통령 형의 측근들이 기업을 몰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할 일이 아니다. 물론 이상득은 자원외교를 위해 노구를 이끌고 순수한 마음으로 무척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자원외교'라는 이미 그릇된 컨셉을 가지고 뛰어들었으니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자원외교에 앞장선 박영준(작은 사진 중 위)전 국무차장과 한승수 전 총리. © 한겨레

CNK의 사례

"박영준이 자원외교를 한다고 기업들을 끌어 모았다. 그런데 난데없이 주식시장에서 다이아몬드가 떴다며 주가가 폭등했다. 어떤 회사인지 알아보니까 '코코'라는 이철 전 의원이 재혼한 여성의 회사였다. '코코'는 애니메이션 밑그림으로 성공해서 상장한 업체인데 다이아몬드라니 황당했다. 알고 봤더니 우회 상장을 한 것이었다. CNK 대표인 O씨가 이 회사를 인수해 상호를 바꾼 것이다.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는데 2011년 1월 외교부에서 CNK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냈다. 이후 주가는 다시 폭등했다. 그때부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추적하기 시작했다. 내가 결정적으로 의심을 한 것은 CNK에 정승희라는 여자 이사가 있는데, 외교부에서 보도자료 내고 두 번째 폭등한 다음에 주식을 다 팔아버린다. 실제 다이아몬드가 많이 매장되어 있다면 팔 이유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O씨에게 사기당했다는 사람과 접촉이 됐다. O씨와 같이 카메룬을 갔다가 사기라는 것을 알고 독립해서 사금 사업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실체가 뭐냐고 물었더니 '없다'는 것이다. 그럼 다이아몬드가 나왔다는데 그것은 뭐냐고 물어봤더니, 산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조사를 진행했다. O씨를 국감에 불러냈다. 예결위 때 연 3일을 그것만 질의를 했다. 그런 매장량이 있다고 하는 UNDP보고서를 가지고 오라고 했는데 없었다. 그러니까 외교부가 발칵 뒤집어진다. 그런데 상장회사고 하니 그쪽에서도 방어 차원에서 움직였던 것 같다. 내가 3일을 계속 질의했는데 기사가 하나도 안 나왔다. 3일째 되는 날 CBS가 처음 썼다. 그러니까 주식시장에 반영이 되더니 그 다음에 한겨레가 쓰면서 본격적으로 CNK 사건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나는 감사원 사무총장에게 "예의주시하고 있으니 어영부영 하지 마라"고 전화를 했다. 감사원은 억지로 감사를 하는 시늉만 냈다. 마침 종편이 출범을 하는데, TV조선에 이진동이 부장으로 내정이 됐다. 내가 설명을 하니까 이진동이 개국특집으로 그걸 잡았다. 그래서 출장비까지 타내 카메룬에 갔다. 나는 다시 감사원 사무총장에게 전화해서 "지금까지 얘기만 듣고 했는데, 감사가 현장 확인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다그쳤더니 우물우물했다. 그래서 조선일보에서 현장 확인 다 하고 시리즈로 나오고 있으니 감사팀한테 그것을 보라고 알려줬다. 마침 TV조선의 보도가 나와, 감사원도 어떻게 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감사원 감사가 진행된 것이다. 금감원도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원외교를 통해 돈을 챙기려는 이들의 1차 목표는 주가조작이다. 그것을 노리고 그런 판을 벌인다. CNK의 경우도 상종가를 치게 만들어 놓고 빠져나갔다. MB 정권 때는 저탄소녹색성장 전략을 발표한 뒤 삼천리 자전거 주가가 엄청 뛰었다. 발표되기 전에 일부에서 삼천리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 흔적이 있다. 예전에 이름만 대면 알만한 광산 재벌이 있었다. 이 회사가 광산을 폐쇄한 뒤 남은 돈으로 아르헨티나에 있는 한 유전을 샀다. 책임자도 현지에 보내고 했는데 정작 회사는 자원 개발을 빌미로 주가를 조작해 튀긴 뒤에 돈 챙겨 빠져나왔다. 현지에서 실제로 자원을 개발하려던 이들만 곤욕을 치렀다. 이 회사는 그 돈으로 호텔을 지었다. 이처럼 자원을 둘러싼 뒤켠에는 흑막이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글 싣는 순서>

연재를 시작하며 | 벌거숭이 임금님의 나라에서

1. 위기의 시절을 보내던 MB는 어떻게 서울시장이 되었나

2. 노무현 정부는 어떻게 청계천 복원에 협조하게 되었나

3. '좌파정책'인 대중교통개혁의 성공

4. MB 캠프의 태동

5. 안국포럼과 경선캠프의 실상

6. 최태민의 의붓아들 조순제 "이런 사람은 안 된다" 기자회견

7. 대선승부의 최대 걸림돌 'BBK 사건'

8. 왜 모든 정권은 비슷한 몰락 과정을 거치는가

9. 대선캠프의 변질

10. 백해무익한 정권 인수위

11. 인수위 시절의 어두운 비화들

12. 남북관계를 절단 낸 비밀 접촉

13. 한반도 대운하의 포기, 4대강 살리기로의 전환

14. 제18대 총선 한나라당 공천 작업의 내막

15. MB정부 인사실패의 교훈

16. MB정부 민간인 사찰의 겉과 속

17. 권력사유화 파동의 전말

18. 노무현 서거를 불러온 권력내부의 음모

19. 세종시 수정안은 왜 실패했는가?

20. 나는 왜 2010년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