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백 받은 홍준표, 뭔지 묻지도 않고 '알았다'는 말만"

2015-05-07     김병철
ⓒ한겨레

홍 지사는 자기 혐의에 대한 부인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지만, 관련자들의 진술이 구체화되면서 점점 구석으로 몰리고 있다.

■ 쇼핑백을 또다른 쇼핑백으로 밀봉

국회로 떠나기에 앞서 윤씨는 홍 지사의 측근으로 친분이 있던 강아무개씨에게 전화를 걸어 “언제 찾아가면 뵐 수 있는지”를 물었다고 했다.(강씨는 5일 검찰에 소환돼 이 부분과 관련한 조사를 받았다.)

윤씨의 아내는 차를 몰고 의원회관과 가까운 국회 남문으로 들어섰지만 차량통제기를 통과하지는 않고 윤씨를 그 앞에서 내려준 뒤 돌아갔다고 한다. 윤씨는 방문증을 끊고 의원회관에 들어섰다고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윤씨가 의원회관 지하주차장에서 홍 지사를 만나 돈을 건넸다’ ‘제3의 장소에서 돈을 줬다’ 등 엇갈리는 보도가 나왔다. 당시 의원회관 출입기록은 보관기한인 3년이 지나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5일 “수사팀에서 나가는 말이 아닌데도 마치 사실처럼 보도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협조를 넘어선 수사 방해 행위는 반드시 찾아서 엄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윤씨는 ‘의원회관에서 홍 지사에게 1억원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는 진술을 일관되게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4차례 정식 소환조사를 포함해 모두 7차례나 윤씨를 조사한 것은 일부 자세한 내용에서 윤씨의 기억이 흐릿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 “쇼핑백 건네자 뭐냐고 묻지도 않아”

윤씨는 또 홍 지사가 곧바로 당시 경선 캠프 재정업무를 총괄하던 나아무개 보좌관(현 경남도청 서울본부장)을 불러 그 쇼핑백을 들고 나가게 했다고 진술했다. 윤씨는 수사팀 조사에서 당시 의원실 구조를 그림으로 그려가며 경위를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윤씨에게 쇼핑백을 배달시키기 전 홍 지사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있는 엠호텔에서 만났고, 전달한 뒤에는 홍 지사에게 전화해 ‘한 장 잘 받으셨느냐’고 확인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한다.

그는 윤씨에게 “그때 1억원을 홍 지사에게 잘 전달했느냐”고 묻고 “그렇다”는 답을 받았다. 윤씨는 성 전 회장에게 “당시 홍 지사와 미리 얘기가 됐던 건가요”라고 물었고, 성 전 회장은 “당연하지”라고 답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