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짬뽕을 알아?

우리 짬뽕의 역사 중에 어느 '순간' 돼지고기와 돼지 뼈가 사라져버렸다. 몇몇 중식당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기는 하다. 굳이 군산이니 어디니 갈 것도 없다. 인천이 그곳이다. 두툼하고 시원한 국물, 질기지 않은 면. 내가 오래전 짬뽕의 표준으로 삼던 그것과 닮았다. 차이나타운 말고도 옛 인천의 구도심과 그 주변에는 이처럼 오래된 중국집들이 있다. 주말에 전철 표 한 장 들고 추억의 맛 여행을 떠날 수 있으리라.

2015-05-07     박찬일
ⓒ한겨레 / 박미향

사진)이라고 부르는 큰 냄비에서 살살 볶아낸 수제이기 때문이다. 주방장 아저씨가 한가한 시간에 닭 뼈를 손질하던 장면, 고추기름을 볶아두느라 덜그럭덜그럭 웍을 놀리던 모습도 생각난다. 면은 수타면은 아니었지만, 아주 부드럽게 잘 뽑았고 무엇보다 고명이 최고였다. 별다른 해물도 없이 잘게 자른 고기가 수북하게 올라 있는 것이었다. 한국의 중국요리에서 슬(絲)이라고 부르는, 길쭉길쭉 자른 고기를 센 불에 빠르게 볶아 탄 듯한 스모키 향을 내면서 국물의 맛을 끌어올렸던 것 같다. 국물에 늘 고춧가루 입자만한 검은 물체(?)가 떠다녔는데, 이게 바로 세게 '불질'을 제대로 한다는 증거품이었다.

우리 짬뽕의 역사 중에 어느 '순간' 돼지고기와 돼지 뼈가 사라져버렸다. 몇몇 중식당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기는 하다. 굳이 군산이니 어디니 갈 것도 없다. 인천이 그곳이다. 지금은 국자를 물려주었지만 팔십 노구를 이끌고 만두 빚기 같은 기본 요리를 하는 주방장이 있는 전설적인 중국집이 있다. 중구 신흥동에 있는 신일반점이다. 이 집에서 초마면이라고 부르는 짬뽕을 받아 들고 나도 몰래 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 '슬'로 자른 돼지고기가 고명으로 얹어져 있는 게 아닌가. 두툼하고 시원한 국물, 질기지 않은 면. 내가 오래전 짬뽕의 표준으로 삼던 그것과 닮았다. 차이나타운 말고도 옛 인천의 구도심과 그 주변에는 이처럼 오래된 중국집들이 있다. 주말에 전철 표 한 장 들고 추억의 맛 여행을 떠날 수 있으리라.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