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이 "우회하는 것보다 직접 들어가는 게 좋을 수 있다"며 강력한 수사의지를 피력했다

2016-12-02     허완
ⓒ연합뉴스

그는 2일 기자들과 만나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의) 본질을 직권남용 등으로 보는 것은 구멍이 많은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존 검찰 수사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원점에서부터 다시 수사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재단 기금 문제는 본질을 봐야 한다"며 "대기업들이 거액의 돈을 내게 된 과정이 과연 무엇인지, 거기에 대통령의 역할이 작용한 게 아닌지, 즉 근저에 있는 대통령의 힘이 무엇이었는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대국민 담화에서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며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 역시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검찰이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를 넘어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수사에 시동을 건 상황에서 법적 책임을 피해가기 위한 방어막을 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따라서 박 특검의 발언은 향후 법적 다툼의 소지가 큰 직권남용죄보다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서면 조사는 시험 보기 전에 답안지를 미리 보여주는 것"이라며 "바로 대면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조사 시기는 수사 상황을 봐가면서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과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BBK 특검'에서는 특검보가 조사를 맡았다"며 "이번 대상은 현직 대통령인 만큼 특검이 직접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수사진 인선과 관련해선 "기존 검찰 수사팀에서는 파견 검사의 3분의 1 정도만 받고 3분의 2는 기존 팀이 아닌 인력을 뽑을 생각"이라며 "다른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보고 토론할 수 있도록 하고 원칙적으로 부장검사는 제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큰 수사를 할 때에는 총괄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검사라는 게 일을 하다보면 자기만의 논리에 빠져들게 된다. 그래서 자기 논리로만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법리를 적용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럴 때에는 거기서 빼내줘야 한다"며 수사팀장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특검은 "내가 알기로 정치권에서 콜이 많았다. 근데 그걸 딱 자르고 '난 검사하겠다'고 버틴 사람 아닌가"라며 "(보복수사를 할 사람이었으면) 지난 총선 때 정치권에서 국회의원 나오라고 할 때 나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 7시간 부분도 같이 들여다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알려진대로 대통령이 아무 주사나 맞고 했다면 그건 엄청난 문제"라며 "다른 나라에서 이런 일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나. 일국의 대통령에게 절차 없이 주사를 놓는다는 게"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검찰에서 유사종교 사건 수사를 가장 많이 한 사람이다. 오대양 사건, 탁명환 피습 사건 등 (수사를) 맡아 종교 부분을 잘 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박 특검은 '비선 개입'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된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 관한 수사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수사를 지휘한 김수남 검찰총장도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필요하다면 해야죠"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 특검은 "정유라씨는 어떻게든 입국시켜 수사해야 한다"며 "방법은 고민이다. 소환 등 절차를 독일 쪽과 잘 얘기해야 한다"며 "그런 것에 대비해서 독일어를 잘 하는 변호사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형사사법공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최순실씨 측을 통해 입국하도록 하는 방안을 다양하게 강구해보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가장 어려운 부분이 김기춘 전 실장일 것"이라며 "그분 논리가 보통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박 특검은 과거 '5공비리 수사' 당시 수사총괄팀장을 맡았고 수사 결과 발표문 작성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당시 김 전 실장은 검찰총장으로 수사를 지휘하고 보고를 받은 인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