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남자를 가해자 취급하지 말라"는 분들께

99%+ 남자는 그냥 보통 남자. 1% 남자는 위험한 놈. 이때 님은 상식적으로 생각하여 "내가 이상한 놈일 가능성이 얼마나 낮은데 저 여자는 날 뭘로 보는 거야! 내가 그 1%의 강간범/살인범처럼 보이냐?" 합니다. 그러므로 이 상황에서 님에게 최악의 상황은 "강간범 취급당한 기분 나쁨"입니다. 여자도 이걸 압니다. 하지만, 1%의 경우일 때, 여자가 조심하지 않은 대가는? 강간. 살인. 아니면 최소한 폭행.

2016-11-29     양파
ⓒGettyimage/이매진스

'덩치 크단 이유만으로 길가다 예비 강간범 취급당하니 없던 살심이 치솟는다'라던 분께.

'댓글님'은 아마 덩치가 큰 남자분인 것 같은데, 많이 억울한 일 당하셨는가 봅니다. 하지만요.

99%+: 남자는 그냥 보통 남자.

이때 '댓글님'은 상식적으로 생각하여 "내가 이상한 놈일 가능성이 얼마나 낮은데 저 여자는 날 뭘로 보는 거야! 내가 그 1%의 강간범/살인범처럼 보이냐?" 합니다. 그러므로 이 상황에서 댓글님에게 최악의 상황은 "강간범 취급당한 기분 나쁨"입니다.

강간. 살인. 아니면 최소한 폭행.

기분 나쁘세요? 네. 기분 나쁘시겠죠.

자, "그런 일이 얼마나 있다고 엄살이냐??" 하실 수 있겠는데.

한국 남자들이 딱히 악해서 그런 걸까요? 당연히 아니죠. 얼마 전 처음으로 (영국에서도) 트위터 악플 단 사람이 처벌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여자 기자가 쓴 기사에 찾아내서 강간하겠다, 죽여버리겠다, 이런 내용이죠.

여자라고 안 그런다는 건 아닌데, 확실히 남자가 그럴 확률이 훨씬 높지요?

여자들도 압니다. 조금만 남자 기분 나쁘게 하면 회까닥 돌아서 해코지할 수 있다는 거요. 그래서 아주 싫은 남자가 추근거려도, 옆에 일행 없고 혼자라면 막 대하지 못합니다. "어두운 밤거리를 혼자 걷는 여자"의 시나리오에서도, 여자가 아니라 덩치로 밀리지 않는 남자였다면 확 뒤돌아서서 "왜 쫓아와?"라고 먼저 시비 걸 수 있겠죠. 여자는 못합니다. 몸싸움으로 거의 '백퍼' 지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도와줘야 합니다.

자, 이런 글을 쓰면서도 저는 생각합니다. "영국 사는 사람은 아니겠지?" 댓글님은 아주 괜찮은 분일 수도 있고, 직장에서 만났다면 저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됐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댓글님을 모릅니다. "이딴 식으로 기분 나쁘게 글 썼으니 죽인다"고 댓글 달 사람일 가능성도 있죠? 물론 아닐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만, 그리고 그러신다 하더라도 여기까지 날아와서 절 찾아올 가능성은 또 더 낮지만,

- 영국에 사는 남자에게서 죽여버리겠다는 협박 들어봤고

- 제가 미리 대비할 방법은 거의 없다

남자 입장에서 억울하게 누명 쓰는 경우도 많다는 것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나 해외에서는 가정폭력의 경우는 요즘엔 거의 무기로도 쓰이지요. 남자가 목소리만 높여도 당장 경찰 부르면 바로 '깜빵' 가고, 요즘엔 그런 기록을 다 공개하자는 분위기다 보니까 여자 잘못 만났다가 인생 망치는 것 한 방, 이란 케이스도 있습니다만.

아래 말 험합니다. 이미 험했지만 더 험해집니다 (...)

"어이. 야! 헬로! 칭총창! 중국 원숭이!"

"무섭냐? 내가 너 강도라도 할 거 같냐?"

"야, 너 나 흑인이라고 무시하냐? 털 것도 없는데 안 건드릴 거거든? 어? 이게 사람이 말을 했는데 답을 안 해?"

- 그니까 왜 남아공에 사냐

- 그니까 평소에 내가 운동 좀 하라고 했지? 덩치 있고 성깔 있어 보이면 걔네들이 시비 걸 거 같냐? 니가 비리비리하니까 만만해서 시비 걸지

이런 상황, 여자는 상당히 많이 겪습니다. 시비 거는 남자들은 저런 상황에서 자기 무시한다고 난리. 말 대답해주면 본격적으로 작업 걸기. 상대 안 해주면 "건드릴 생각도 안 했는데 혼자 김칫국 마시고 난리"라 욕하고, 여자 입장에서 남자가 혹시라도 한 대 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상대 해주면 "내가 진짜 지 좋아하는 줄 알고" 이런 식으로 비웃죠. 그런 일이 있었다고 주위에 말하면, 왜 그러니까 치마 입고 다니냐 모자란 년아, 왜 밤에 늦게 혼자 다니냐, 왜 미친 놈들 상대를 해주냐, 왜 미친 놈들 성질 건드리냐 뭐 이런 반응 받기 십상입니다.

시위 나가시는 분들이 성추행 당하셨다는 이야기 들립니다. 남자를 다 범죄자 취급한다 하기 전에, 당하는 쪽은 어떨지 생각 한 번 더 생각해 주세요. 그 얘기 듣는 당신이 더 불쾌하겠어요? 시위 나가서 당하고, 당했다고 말 하는 걸로 친박 페미 취급받는 사람이 더 불쾌하겠어요?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