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고위직들이 승진을 오히려 무서워 하는 까닭

2016-11-27     김수빈
먹구름이 낀 문체부 건물 ⓒ연합뉴스

공직사회에서 승진보다는 정년퇴직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경향성이 일반화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지만 일반직 공무원으로서 올라갈 수 있는 최고위 직위인 1급 자리마저 마다하는 문체부 내부 분위기는 현 정국 상황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특히 문체부는 '최순실 국정농단'의 현장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처지여서 이번 1급 승진자는 '단명'이 될 소지가 높다는 게 문체부 내부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또 일부 고참 1급들의 명예퇴직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져 1급 공석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대학생·고등학생 두 딸을 둔 50대 초반의 한 국장급 간부는 "학교에 다니는 애들이 있어 아직 더 벌어야 하는데…"라며 "앞으로 1년 하다 그만둘 수도 있어 승진이라고 마냥 좋아할 게 아니다. 이번에 승진되지 않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1~2급 등 간부들 사이에 '우리는 비정규직 공무원'이라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그는 "50대 초반에 공무원 하다가 잘리면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 어디에 재취업하겠느냐"면서 "앞서 나간 차관과 실장급 선배 중 일부는 대학에서 강의하기도 하지만, 별 하는 일 없이 지내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2년 전인 2014년 10월 김종덕 장관 취임 직후 1급 간부 6명이 일괄 사표를 냈다가 그중 3명이 사표가 수리되면서 공직을 떠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