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진, 첨성대, 그리고 신권정치

과연 내년에는 수학여행 특수가 살아날까? 관광도시로서 경주를 살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원래대로 원전이 있는 곳을 월성군으로 분리하면 될까?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다. 이번 지진 때문에 월성 원전이라고 알고 있던, 그래서 그곳이 경주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를 포함한 많은 국민들이 이미 경주에 원전이 6기씩이나 밀집되어 있다는 비밀을 확실히 알아챘기 때문이다. 경주의 원전폐쇄와 방폐장 이전 이외에는 백약이 무효일 것 같다.

2016-11-24     국민의제
ⓒYTN

글 | 맹성렬 (우석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경주 근처에 활성단층이 존재하여 진도 8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며, 이미 17세기에 진도 7 이상으로 추정되는 지진이 발생했었다고 한다. 이번 잇따른 지진으로 경주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지진 피해가 우려되는 곳으로 부각되었다. 지역의 여론 주도층에서는 앞으로 경주지진이란 용어 대신 동해안권 혹은 양산단층 지진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기다. 이미 국민 모두의 뇌리에 경주 지진이 못박혀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로 그곳에 건설된 원전과 방폐장을 꼽을 수 있다. 국민들은 이 때문에 유심히 사태의 추이를 지켜봤다.

평가를 마치고 돌아오기 전 잠깐 시간을 내서 첨성대를 보러 갔다. 지진으로 기울었다고 하는데 얼마나 심각한지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충 살펴봐도 한쪽으로 조금 기울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확인해보니 원래부터 첨성대가 기울어 있었다고 하며, 이번 지진에 약간 더 기운 것이라고 한다.

그 형태가 우물을 닮았다는 사실로부터 최근 몇몇 관련 학자들은 그 건축물이 상징적인 우물을 나타낸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 예로 첨성대는 우물을 형상화했으며, 불교적 상징성을 띠는데 거기서 이루어진 일은 천문학적 천체관측이 아니라 특별한 날에 정치적 종교적 맥락에서의 별점치기였다는 거다.

사실 첨성대가 건축되던 7세기 경 인도는 세계에서 천문학이 가장 발달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한편 당시 인도는 전통 종교의 맥락에서 점성술 또한 크게 발달되어 있었고, 8세기 경 중국과 일본으로 전파되었다. 첨성대가 고대인도와 과학적 맥락에서 연관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종교적 맥락에서 연관이 있는 것일까? 당시 신라에서 불교를 받아들이며 종교적 상징성이 있는 많은 건축물들이 지어졌으니 첨성대도 그런 시각에서 바라봐야할 것이다.

요즘 수상한 우주의 기운을 듬뿍 받아 신기 충만한 한 여인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제왕적 대통령이 공모하여 국정을 농단했다고 하여 시국선언과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문화·체육·경제·정치 뿐 아니라 군사·안보·통일·외교에 이르기 까지 국정 전반에 걸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증언과 증거들이 쏟아져 나왔다. 타임머신을 타고 고대국가시대로 시간여행 온 느낌이 들 정도다. 그 당시 나라를 거덜 낸 위정자는 하늘의 뜻에 어긋난 통치를 한 책임을 지워 모든 재산을 몰수한 후 국외로 영구 추방했다고 한다. 이왕 고대 체험을 하게 된 마당에 이번 사태의 해법도 고대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 어떨까?

* 일부 내용이 전북일보에 변형된 포맷으로 실렸습니다.

글 | 맹성렬

영국 Cambridge University 공학박사.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인문융합창작소 연구위원.

저서: 『아담의 문명을 찾아서』, 『과학은 없다』, 『UFO 신드롬』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