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여성'인 서울대 교수가 "서울대 남학생에게 성차별 당했다"고 고발하는 편지를 썼다

2016-11-23     곽상아 기자
ⓒ한겨레

‘나를 괴롭힌 서울대 학생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라는 제목으로 7700자 분량의 글을 써 인류학과 대학원생들과 공유했다.(한국어로 번역된 전문을 읽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

호암교수회관 인근을 지나고 있는데 남학생이 내게 멈춰 서 ‘coincidence’라는 단어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알려 달라고 했다. 날이 어두웠고, 내가 학생이 아니라는 걸 몰랐을 것이다.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건 이상한 요구였고 거리는 어두웠으며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학생은 물러서지 않고 영어를 가르쳐주기 바란다고 했다.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아무 외국인에게나 다가가서 무작정 그런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 그건 이상한 일이다. 나는 돌아서서 걸어갔다. 그런데 학생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행동도 공격적으로 변했다. 경비원을 부를 거라고 해도 학생은 막무가내였고, 더욱 화를 내며 한국어로 욕을 퍼부었다. 나는 괴롭힘 당했다고 느꼈다.

내가 그들에게 주의를 기울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 남성이 얼마나 더 많을까? 그 가운데 얼마나 많은 남성이 내게 소리를 질러댈까? 낯선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 북미 사람들이 취하는 행동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다. 그들은 낯선 사람과 잡담을 나누지 않는다.

내가 겪은 사건에 대해 다른 외국인 여성들과 얘기를 나눴다. 그들 역시 타인에 대해 권리를 행사하려는 남성들에 의해 괴롭힘을 당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것은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다. 우리는 성평등과 인권을 고민해야 한다. 이 숙고를 하지 않으면 서울대가 다양성을 갖춘 세계적인 대학으로 거듭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메일 인터뷰에서 페도렌코 교수는 “다음날 동료 교수, 학생들과 이 사건을 상의했으며 경찰에 연락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하지만 그러는 대신 이 편지를 써 11월 둘째주에 공개했고, 인류학과 대학원생들과 공유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가 공개편지를 쓴 이유는 “사회적 사안을 공론장에서 논의해 성차별, 외국인 괴롭힘, 인종적 편견에 관해 배울 수 있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다. 페도렌코 교수는 “남학생이 내게 한 행동이 왜 용납될 수 없는지 그 학생과 다른 이들에게 교육하는 것은 서울대 교수로서 내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는 내게 사과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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