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반을 피난민으로 만들 수 있는 '사용후핵연료'

'사용후핵연료'란 원전에서 연료로 사용된 후 남은 폐기물인데요. 높은 열과 강한 방사선을 내뿜고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최소 10만년 이상 차폐시켜 안전하게 보관해야 합니다. 부산과 울산의 경계에 위치한 고리 원전 3호기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에서 화재가 발생할 시 평균 9천㎢, 최대 국토의 50%가 넘는 5만4천㎢의 지역이 피해를 입게 되고, 피난 인구는 평균 500만에서 최대 약 2,430만에 이른다. 이처럼 위험한 물질의 처리 방법과 장소를 아직 찾지 못한 우리나라는 지난 30년간 발생한 핵 쓰레기를 원전 내 수조에 임시로 저장하고 있습니다.

2016-11-15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인구의 약 절반을 피난길로 내몰고 전 국토의 50%를 파괴시킬 수 있는 재난...

재난 영화 속 상상의 시나리오? 아니면 저 멀리 지구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남의 나라 이야기?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 바로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7월 부산역 앞. 원전 사고가 발생한 상황을 가상으로 표현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승인이 얼마나 무책임한 결정인지 보여주기 위해 그린피스가 시민들과 함께 진행한 퍼포먼스.>

국토 면적 대비 원자력발전소 밀집도 세계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습니다. 현재 총 8기의 원전이 위치해 있는 고리 원전단지는 총설비용량으로도 세계 1위에 빛(?)나죠. ???? ????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바로 이 자리에서 남한 인구의 절반을 길거리로 내몰고 국토의 절반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겁니다.

사용후핵연료, 남한 인구 절반을 피난민으로 만들 수도 있어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미국 천연자연보호위원회(NRDC)의 강정민 선임연구위원은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사고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다음의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부산과 울산의 경계에 위치한 고리 원전 3호기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에서 화재가 발생할 시 평균 9천㎢, 최대 국토의 50%가 넘는 5만4천㎢의 지역이 피해를 입게 되고, 피난 인구는 평균 500만에서 최대 약 2,430만에 이른다는 결론입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검토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 토론회의 참석자이자 원전 정책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본 히펠 프린스턴대 교수 또한 만약 후쿠시마에서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에서 화재가 발생했었다면, 사고 피해 범위가 최대 30배로 넓어졌을 수도 있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고리원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자로가 밀집해 있어 사고 확률이 더 높고, 규모도 최대여서 사고 시 누출될 수 있는 방사능의 양도 더 많습니다. 더 무서운 건 사고 시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반경 30km 인근에 후쿠시마와 비교할 때 약 22배에 달하는 382만여 명의 시민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 고리원전에서 멀지 않은 곳에 부산항, 해운대, 울산석유화학단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이 위치하고 있어, 사고 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막대합니다.

원전 인근에서 관측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고 500 차례가 넘는 여진이 뒷따랐지만, 원전 건설로 이득을 얻는 대기업, 관료, 언론, 학계의 공고한 카르텔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원전은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대안이 없다는 철 지난 거짓말을 반복하고 있을 뿐입니다.

원전 카르텔에 대항하는 평범한 다섯 명의 시민들

평범한 시민인 이들은 지난 2015년 10월 고리 원전 부지 밖에서 신규 원전 건설 폐지를 요구하는 평화적인 직접행동을 벌였습니다.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인 고리 원전에 또 다시 2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하는 데 따른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시민활동가들은 "인자 원전 고마 지라, 쫌!"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펼친 후에 자진 해산했습니다. 이는 철저하게 평화적이고 공익을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신고리 5,6호기 추가 건설 반대를 위해 '인자 원전 고마 지라, 쫌!'이라는 메시지가 적힌 현수막을 펼쳐들었던 그린피스 활동가들>

맹목적인 비판이 아니고 상당한 근거와 대안을 갖고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고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원심판결에 불복하며 항소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시민활동가들은 앞으로도 수개월간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화적 시위의 권리를 위해 법정 싸움을 이어가야 합니다.

지진 이후 증폭된 우려와 의미 있는 변화들

핵마피아만을 위한 브레이크 없는 원전 정책에 제동을 거는 법안들이 제출되고 있는 겁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주민투표를 통해 신규 원전 건설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던 영덕에서는 최근 군수가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신규 원전 관련된 업무를 중단한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공동으로 「지역에너지 전환」선언을 하고 지자체 차원에서 에너지 절약을 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참여만이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백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소수 부패한 권력자들과 대기업이 아니라 시민들이 국가의 주인이라고 외치고 있는 요즈음... 우리는 견제되지 않는 자본의 힘과 이권에만 관심 있는 관료들의 결탁이 시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프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최근 많은 시민들이 "부끄러움은 왜 우리의 몫인가?"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절망에만 빠져 있지 않고 변화를 위해 행동한다면 미래는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이제 우리 스스로 자긍심을 되찾아야 합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반대 서명 참여

글: 장다울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선임 기후에너지 캠페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