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공짜 지하철' 대신, 왜 돈 내고 장애인콜택시를 타는가

지하철 승차도 출근시간대엔 힘들지만 탈 수는 있다. 문제는 하차다. 유민 씨는 도저히 내릴 수가 없었다고 한다. 휠체어에 앉아 있으면 서 있는 사람들 기준으로 엉덩이 선에 파묻혀 있게 된다. 내린다고 외쳐도 사람들은 그 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 유민 씨가 내릴 곳을 사람들이 알아서 비켜주는 것도 아니다. 결국 유민 씨는 내려야 할 곳에서 내리지 못한 채, 몇 정거장을 더 가야 했다. 8호선 단대오거리역에서 4호선 혜화역까지, 비장애인이면 한 시간이면 올 거리를 유민 씨는 두 시간에 걸쳐 와야 했다. 두 번의 호된 경험 후, 유민 씨는 활동보조인 없이 다신 지하철을 타지 않게 됐다.

2016-11-08     비마이너

성남시 장애인콜택시 시외요금 인상, 무엇이 문제인가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동에 사는 유민 씨(가명, 지체장애 1급, 26세)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한다. 그의 직장은 서울 종로구 동숭동. 그는 장애인콜택시(아래 장콜)를 타고 출퇴근한다. 집에서 성남 복정역까지는 '성남시 장콜'을 타며, 복정역 환승주차장에서 '서울시 장콜'로 갈아탄다. 복정역은 성남에서 서울로 넘어가는 경계에 걸쳐있다. '장콜을 갈아탄다'는 것은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성남→서울, 편리함·낮은 요금 포기하고 장콜 갈아타는 이유

유민 씨는 늦어도 오전 7시 30분엔 반드시 장콜을 타야 한다. 8시에 복정에서 서울장콜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이다(집~복정 20분 소요). 서울은 즉시콜과 예약콜을 함께 운영하는데 예약콜은 오전 7시, 8시, 10시로 시간이 정해져 있다. 출근 시간이 10시인 그는 8시 장콜을 반드시 타야 한다. 이 예약은 하루 전부터 가능하다. 그런데 한 타임당 평일엔 80명, 주말엔 40명으로 인원이 정해져 있어, 종종 예약을 못 하기도 한다. 그럴 땐 집에서 성남장콜을 타고 서울의 직장까지 한 번에 간다.

성남장콜로 한 번에 가면 갈아탈 필요 없으니 분명 편하다. 요금도 세 배가량 저렴하다. 성남장콜의 경우, 인상 전(11월 1일 이전)엔 성남 상대원동~서울 동숭동까지 1600원이면 갈 수 있었다. 반면, 갈아타면 성남 상대원동~복정까지는 인상 전에 성남장콜 기본요금 1200원, 복정~서울 동숭동까지는 서울장콜 3500원으로 총 4700원의 비용이 들었다.

장애인이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모습. 사진 속 이용자는 기사 내용과 무관하다.

전화예약은 새벽 6시 30분부터 가능하다. 결국 제 시각에 예약해도 빨리 잡히면 8시 30분, 늦게 잡히면 9시 30분이 되어야 장콜을 탈 수 있다. '재수 좋으면' 출근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고, 콜이 조금이라도 늦게 잡히면 지각할 수밖에 없다.

지하철은 환승 어렵고, 버스는 탈 수 없어

유민 씨 집에서 지하철역 단대오거리(8호선)까지는 전동휠체어로 15분가량 걸린다. 역까지 가는 길, 높은 언덕이 있어 이동이 힘들지만 그래도 갈 만은 하다. 지하철 승차도 출근시간대엔 힘들지만 탈 수는 있다. 문제는 하차다. 유민 씨는 도저히 내릴 수가 없었다고 한다. 휠체어에 앉아 있으면 서 있는 사람들 기준으로 엉덩이 선에 파묻혀 있게 된다. 내린다고 외쳐도 사람들은 그 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 유민 씨가 내릴 곳을 사람들이 알아서 비켜주는 것도 아니다. 결국 유민 씨는 내려야 할 곳에서 내리지 못한 채, 몇 정거장을 더 가야 했다.

버스는 왜 타지 않을까. 휠체어 탄 장애인이 버스를 타려면 '계단 없는' 저상버스를 타야 한다. 하지만 성남시 저상버스 도입률은 고작 21%. 유민 씨는 "버스를 타 본 건 1, 2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성남에선 딱 두 번 버스를 타봤다."고 했다. 국토교통부의 '제2차 국가 및 지방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계획'에 따르면, 올해까지 저상버스 도입률 목표치는 41.5%나 이를 달성한 지자체는 없었다.

장콜은 '대중교통 수단' ...성남시, 경기도 조례 어긴 채 요금 폭등

그럼에도 장콜은 일반 대중교통과 달리 환승이 되지 않기에 그 비용은 상당한 부담이 된다. 유민 씨의 경우 하루 교통비만 1만 원에 달한다(복정역에서 서울장콜로 환승 기준, 출근 시, 인상 전 4700→후 5000원 / 퇴근 시 4500원). 비장애인이면 하루 3300원이면 해결할 수 있는 거리다. 이런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장콜을 '혜택'이라고 한다.

유민 씨는 지난 4일, 집에서 직장까지 장콜을 타고 왔다. 인상된 요금을 적용하니 9060원이 나왔다. "도로 상황 등을 감안했을 때 최대 15000원까지 나올 수 있다"는 사전 콜센터 측 안내보다는 적었으나, 기존 1600원에 비하면 5.6배 폭등한 가격이었다. "평소엔 직장까지 한 시간 반 걸렸으나 이날은 길이 막히지 않아 한 시간 오분 정도 걸렸다."는 그의 말을 고려하면 9060원은 '최소한'의 값일 것이다.

요금 인상 이유가 '관외 이용자 급증' ...경기장차연, 요금 인상 철회 요구하며 농성

성남장콜은 현재 수도권 전역에서 운행하고 있다. 인접 시·군까지만 이동하는 몇몇 경기도 시·군에 비하면 긍정적이다. 그러나 (일부가 오해하는 것처럼) 장콜을 '수도권 전역에서 이용 가능하다'는 것이 타 지역에서도 부를 수 있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 성남장콜은 성남시 내에서만 부를 수 있으며, 수도권 전역으로 이동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성남장콜이 싸다'는 이유로 타 지역에 있는 사람이 해당 지역으로 성남장콜을 부르는 건 불가능하다. (서울과 성남에 걸쳐있는 복정역의 경우, 복정역 환승주차장만 서울에 속하기에 유민 씨는 여기서만 서울장콜을 탈 수 있다.) 그래서 유민 씨는 퇴근할 때 성남장콜이 아닌 서울장콜을 탄다. 4시~4시 30분 사이에 예약해야 7시 전엔 탈 수 있다.

지난 10월 31일, 성남시 장애인콜택시 요금인상에 반대 농성을 벌이다 끌려 나오는 장애인 활동가(왼쪽)와 이재명 성남시장(오른쪽).

성남시는 시외요금 인상안이 성남시 지체장애인협회 등 6개 단체가 속해있는 장애인연합회와의 협의 결과라고 밝혔다. 배성일 지체장애인협회 사무국장은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올해 설문조사 결과, (관외 이용자 이용 억제를 위해) 이용자들이 요금을 올려달라고 했다"며 이것이 '이용자들의 요구'임을 거듭 강조했다. 성남시 요금이 저렴하고 수도권 전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외지인들이 성남으로 들어와 장콜을 타고 타 지역으로 나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배 사무국장은 "성남시는 2018년까지 200% 증차하기로 했다. 요금 인상도 6개월 시행 후 문제가 있으면 바꿀 수 있다"며 과도기적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남시 내 모든 장애인단체가 관외 요금인상에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조명필 분당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성남시 내에 있는 3개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요금 인상에 다 반대했다"면서 "성남시에 배차 지연은 요금 인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증차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일반 차량'을 늘리자고 주장했으나 시는 이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휠체어리프트가 필요 없는 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일반 차량을 별도 도입하는 거다. 비용 절감과 수요 해소에 효과적이다. 서울시의 경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민간위탁해서 시각장애인과 신장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일반콜택시 153대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는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에 포함되지 않으니 지자체들은 도입을 꺼린다. 성남시 담당 공무원 역시 이러한 요구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형식적 답변과 함께 "일반택시는 특별교통수단엔 안 들어간다"고 선을 그었다.

무엇이 문제인가 : 관외 이용자가 아니라 '돈 없는' 장애인들 이용 줄어들 것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들기에도 성남시는 스스로 강조해왔듯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였다. 올해 8월 성남시가 밝힌 재정자립도는 63.03%이다. 반면, 성남시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경기도 광주시(51.6%)도 성남시 인상 전 요금과 동일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성남시 및 인근시 특별교통수단 요금표. *표시는 성남 근접시.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즉, 이번 방안은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체장애인협회의 주장대로 "공항 가겠다고 성남 들어와서 장콜 타고 가는" 장애인이 있다고 한들, 사실 이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다. 비장애인라면 자기 사는 지역에 공항 가는 차량이 없어 성남시 와서 버스 타는 게 문제가 되는가. 문제는커녕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장애인에겐 왜 문제가 되는가. 차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휠체어 탄 사람이 택할 방법은 고작 광역 간 이동이 가능한 성남시에 와서 세 시간을 기다려 장콜타는 방법밖에 없는 거다. 성남시는 그 유일한 선택지마저 막아버리려는 건가.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

* 이 글은 <비마이너>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