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엄마가 되기는 쉽다

아무리 장보고 밥하고 차리고 먹이고 치우고 씻기고 재우고 깨우고 차리고 먹이고 입히고 학교 보내고 치우고 빨래하고 장보고 하교하면 학습지 시키고 잔소리 해대고 씻기고 재우기를 수만 번 반복해도. 아이가 손톱 안 깎은 지 좀 돼서 시커멓게 때가 꼈다. → "엄마는 뭐하냐?" 일 년 만에 훌쩍 커서 소매가 좀 짧아졌다. 새 옷 사줄 겨를이 없었다 → "엄마 신경 안 써주시나 보네." 반찬 챙기고 교복 챙기고 숙제 챙겼지만 준비물 하나 까먹었다. → "역시 맞벌이 집 애들은 표시가 나." 일주일 내내 집에서 해 먹이다가 하도 졸라서 맥도널드 갔다' → "요즘 엄마들 애들 건강 하나도 생각 안 한다." 이걸 다 클리어 하면 칭찬 들을 것 같지? 꿈도 야무지네.

2016-11-07     양파
ⓒGettyimage/이매진스

- 미용실 가야 하는 거 몇 주 지나 머리가 지저분하다. → "엄마가 그런 거 신경 안 쓰냐?"

"엄마는 뭐하냐?"

"엄마 신경 안 써주시나 보네."

"역시 맞벌이 집 애들은 표시가 나."

"요즘 엄마들 애들 건강 하나도 생각 안 한다."

"이래서 맞벌이 엄마들은 민폐임."

"엄마 전업임? 집에 있으면서도 뭐하냐? 이래서 여자는 애만 끼고 살면서 사회 경험이 없으면 안 됨. 아, 엄마가 맞벌이야? 애가 저 모양이면 집에서 애 교육이나 제대로 시킬 것이지 얼마 번다고 나다녀서 애를 저 모양으로 만들어?"

물론 이걸 다 클리어 하면 칭찬 들을 것 같지? 꿈도 야무지네. 다음 퀘스트는 살림.

아, 살림까지 잘 하면 욕 안 먹을 줄 알았지?

오, 가족들까지 잘 챙긴다고? 그럼 마지막 코스.

오! 이것까지 다 잘 한다고? 애 둘 낳아서 유기농 집밥 세 끼 완벽 육아에다 예쁘고 날씬하며 옷도 싼 걸로 맵시 있게 잘 입고 남편 잘 섬기고 시댁에도 잘 하고 친정에도 살가운 딸이며 살림까지 잘 한다고?

자, 그러면 진짜 마지막 퀘스트.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