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이 이재명 시장실 불법 점거?' 진실은 이렇습니다

Q. 이재명 시장이 이미 장애인정책을 잘하고 있는데, 장애인들은 왜 못하는 곳이 아닌 잘하는 곳에서 이러나? A. 이재명 시장과 성남시가 내세우는 구호가 있습니다. "성남이 하면 대한민국 표준이 됩니다" 하지만 이번 요금 인상 결정은 대한민국 복지를 선도하던 성남시답지 않았습니다. 성남시는 요금 인상의 근거로 성남시보다 못한 지자체가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부천시 요금 기준으로 성남시-여의도 성모병원 이동 시 8000원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성남시의 요금인상 기준에 따르면 성남시 요금이 부천보다 더 많이 나옵니다. 결국 이번 인상안은 성남시가 앞장서서 장애인복지 평균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겠다는 겁니다.

2016-11-02     비마이너

[뉴스 A/S] 성남 장애인콜택시 요금 인상안 오해 털기

하지만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경기장차연)는 요금 인상에 반발해 시행을 하루 앞둔 10월 31일 오후 2시 시장실을 항의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두고 SNS에서는 장애인들이 '막무가내식 행패', '불법행위'를 한다며 비난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당시 상황을 전한 비마이너 기사(▶️이재명 시장, 장애인콜택시 요금 인상 반대 장애인들 쫓아내)에도 이재명 시장을 부당하게 헐뜯는다며 비난 댓글이 어마어마하게 달렸습니다. 심지어 비마이너를 새누리당과 한패로 모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면담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장애인콜택시 요금 인상안 강행 입장을 밝히고 있다.

Q. 성남시의 장애인콜택시 요금이 얼마나 오르는 것인가?

Q. 장애인콜택시도 일종의 택시인데, 요금을 인상해도 택시보다 더 싸지 않나?

그런데 요금이 오르면 어떻게 될까요.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장애인들은 장거리를 이용하기 부담스러워집니다. 기본요금 1500원도 비장애인이 내는 시내버스 요금보다 높은 수준이고요. 이는 특별교통수단의 도입취지와 어긋납니다.

Q. 외지인들 때문에 성남시 장애인들이 피해를 본다는데, 성남 장애인콜택시를 성남시민들 위주로 운영하도록 한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또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16조 5항에서는 교통약자의 거주지를 이유로 특별교통수단 이용을 막아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콜택시의 이용 자격이 지자체 주민으로 한정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즉 '외지인' 이용을 제한할 용도로 요금을 올리는 것은 이 조항의 취지와 어긋나는 것입니다.

경기장차연 활동가가 이재명 시장이 떠난 시장실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Q. 일반 택시요금도 시외로 나가면 할증 붙는데, 장거리 요금 인상하는 것은 합리적인 것 아닙니까?

Q. 경기장차연은 요금 인상이 아니라 장애인콜택시 대수를 늘려 2-3시간 이상 걸리는 배차간격 문제를 해소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재정적으로 어려운 성남시가 할 수 있는 게 요금 인상 말고는 없지 않나?

성남시는 현재 장애인콜택시 42대를 운영하고, 그 중 10대 가량은 시외 이동에 투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실적으로 보더라도 요금을 인상해 10대 중 일부를 시내 이용에 투입하게 되더라도 2~3시간 이상 걸리는 대기 시간이 한 시간 내외로 줄지는 않습니다. 시외 이동을 하는 장애인들 탓을 하기에 앞서서 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증차 등 대안을 먼저 내놓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Q. 이재명 시장이 이미 장애인정책을 잘하고 있는데, 장애인들은 왜 못하는 곳이 아닌 잘하는 곳에서 이러나?

경기장차연 활동가가 시장실에서 성남시 공무원에 의해 끌려 나오는 모습.

Q. 요금 인상안 시행 하루 전에 이를 취소하라며 시장실을 '불법 점거'하는 것은 문제 아닌가?

경기장차연이 면담 과정에서 이러한 점을 이재명 시장과 공무원들에게 수차례 이야기하자, 성남시 측은 그 자리에서 경기도와 연락해 경기도 측 방침을 받아보기도 했습니다. 면담 중 이재명 시장이 잠시 요금 인상 보류를 언급했던 것도 이러한 방침을 추가로 고려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었습니다. 요금 인상 하루 전의 '점거'를 문제 삼기 이전에, 법적 기준과 경기도 정책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인상안을 밀어붙인 성남시의 태도가 문제이지 않을까요?

Q. 면담 과정에서 장애인들이 이재명 시장에게 "성남 장애인단체가 시청 돈 받아먹고 일을 안 한다", "시청이 장애인단체끼리 싸움을 붙인다"라고 이야기했던 것은 근거 없는 비방이 아닌가?

이재명 시장 입장에선 이재정 교육감과 미리 약속된 일정도 취소하면서 진행한 면담에서 이런 말을 들었으니 기분이 나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콜택시 장거리 이용을 큰 죄라도 되는 양 몰아붙이는 성남시 정책으로 인해 장애인들은 기본적인 생존권인 이동권이 침해받고 있습니다. 평소 '소통'과 '포용'을 강조하시는 이재명 시장님이 리더십을 발휘해 이날 격한 상황을 잘 마무리 지을 수는 없었을까요? 시 정책에 불만을 제기하는 시민들을 향해 무조건 '형사고발'을 앞세우는 것은 그동안 기대를 모았던 이재명 시장님의 모습과는 너무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Q. 혹시 이재명 시장의 이미지를 나쁘게 하려는 국정원 공작 아닌가?

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 이 글은 <비마이너>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