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술집에서 만날 수 있는 '귀여운 진상' 5장면

5. "잘 마셨습니다. 앞으로 자주 오겠습니다." 계산을 한 뒤에는 예의를 갖추어 정중히 인사를 한다. 그러나 오랜만에 찾아와서 자주 오겠다고 말하는 손님은 실제로 자주 오는 법이 없다. 이것은 '마지막으로 딱 한 잔만 더 마시자' 정도의 약속과 비슷하다. 정말 딱 한 잔만 마시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술집에 다시 들르게 되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별 문제될 게 없는 가벼운 거짓말인데, 아마도 아이들의 산타클로스에 대한 믿음 정도 되지 않나 싶다.

2016-11-02     정승환

작은 술집이라면 손님과 가게 주인의 거리가 가깝고 서로를 알아보기 때문에 친근한 느낌을 갖게 된다. 가끔은 너무 오랜만에 찾아온 단골이 희미한 기억력과 취기로 인해 본의 아니게 실례를 범하는 경우도 있다.

1. "정말 오랜만입니다. 사장님도 참 많이 늙으셨네요."

이어서 그는 동행에게 자신이 얼마나 오랜 단골인지를 알려주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2. "내가 이 술집에 20년 단골이야. 사장님, 이 가게가 얼마나 오래되었죠?"

3. "여기 본래 지하 아니었어요?"

4. "왜 이래, 내가 낸다니까."

5. "잘 마셨습니다. 앞으로 자주 오겠습니다."

* 이 글은 필자의 저서 <한 잔만 더 마실게요>의 내용 중 일부를 편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