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하고 공유하면 새로움이 열린다 | '메이커 운동'의 가치를 알리는 이지선 숙명여대 교수

메이커 운동에 관심이 높아지는 건 그만큼 많은 이들이 직접 무언가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만든 고유한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필요한 것은 모두 살 수 있는데 왜 직접 만드는 데 의미를 둘까? "포화가 된 거죠. 옛날에는 생존에 꼭 필요한 게 있었는데 지금 사람들은 이미 필요한 걸 많이 가졌죠.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서 뭔가 이윤을 내는 제조업도 다 포화 상태고."

2016-10-31     살림이야기

'메이커 운동'의 가치를 알리는 이지선 숙명여대 교수

글 김이경 | 사진 이지선

이처럼 서로 달리 보이는 첨단 기술의 발전과 인간적인 기술의 지속 사이에 공통적인 하나의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기술을 공개하고 공유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의 선두에 '메이커 운동'이 있다. 이를 한국에 알리고 스스로 '메이커'로 참여하고 있는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과 이지선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메이커 운동의 핵심은 공유와 협업, 그리고 즐거움

2007년 미국에서 공부하다가 처음 '메이커페어' 축제에 참여했다는 이지선 씨는 '메이커'다.

라는 잡지를 통해 대중화시킨 메이커라는 개념은 스스로 만든다는 'DIY'와 비슷하지만 개인에서 커뮤니티로, 취미 생활에서 산업으로 범위가 확장되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이미 많은 메이커들이 각자의 기술과 정보를 공유하는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요번에 달빛꽃 만들기 워크숍으로 상을 받았어요. 시상식에서 리본을 달아 주고 메이크페어 홈페이지에도 수상작이 게시되어요. 저는 가문의 영광이다 막 그러면서 신났죠. 또 첫째 날 끝나면 전시자들을 다 불러서 밥을 먹이는 전통이 있어요. 1천 몇백 명을 먹이는데 그때 전시한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만들거든요. 되게 재밌어요."

한국에는 아직까지 메이커 운동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일부에서는 사물을 원격조종하는 IT 기술 공유 운동 정도로 이해하고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공개하고 공유하는' 가운데 변화하는 패러다임

"마크 해치가 쓴 《메이커 운동 선언》이라는 책을 보면 우선 만들기, 두 번째 공유하기, 세 번째 주기를 말해요. 저는 이게 중요한 항목이라고 생각해요. 주는 것은 이타적 행위를 실천하는 거예요."

"만든 이의 영혼이 담긴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줘서 그 영혼이 퍼지도록 한다, 그게 중요하거든요."

"대표적인 예가 드론 시장을 이끌고 있는 3D로보틱스라는 회사예요. 이 회사가 히트를 친 건 소스를 오픈했기 때문이에요. 드론이 고장나면 스스로 고칠 수 있거든요."

"지금은 지킬수록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에요. 공개하면 할수록,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더 강해지죠."

2016년 미국 메이커페어 10주년 행사에 딸과 함께 참여한 이지선 씨(왼쪽)와 메이커 운동을 이끌고 있는 데일 도허티 씨(오른쪽)

유용하지 않은 게 더 가치 있는 시대

"포화가 된 거죠. 옛날에는 생존에 꼭 필요한 게 있었는데 지금 사람들은 이미 필요한 걸 많이 가졌죠.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서 뭔가 이윤을 내는 제조업도 다 포화 상태고."

"자기 기본적인 건 이미 채워진 시대가 됐고 남는 시간에 뭘 할까라는 고민을 하는 거죠. 나 건강해질래 하면 운동을 하거나 건강한 음식을 구해서 요리를 하겠죠. 그림 그릴 거야 하면 그림을 그릴 테고요. 그렇게 DIY를 하고 메이커가 되는 거예요. 그 남는 시간을 가치 있게 하는 게 뭘까라는 질문이 앞으로 화두가 아닐까요?"

"예전에는 '내'가 더 노력하면 더 큰 가능성이 열렸죠. 근데 이제는 해도 안 되는 시기가 왔으니까 이제 좀 다른 식으로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인생의 의미를 이제 재미에 두기 시작한 거죠."

"너무 많은 꿈을 꾸지 말고 현재에서 즐거움을 찾으려고 해요. 그런데 저만의 즐거움에 그치는 것은 아니면 좋겠어요. 내 가족을 위한 즐거움이라도 좋고 커뮤니티를 위한 즐거움도 좋아요. 그래서 뭔가 남하고 관련된 즐거움을 끌어내는 게 전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의 본성 자체가 원래 혼자 살 수 없는 거니까요."

※이 인터뷰는 한살림 30돌을 맞아 모심과살림연구소가 우리 사회 곳곳의 혁신과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을 만나는 <살림의 새로운 길을 찾아서> 프로젝트로 진행되었습니다.

www.mosim.or.kr

* 이 글은 살림이야기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