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카와 아야, '성 소수자가 자기 존재 드러내면서 변화 시작됐다'

2016-10-24     박세회

22일 오후 4시 서울 동교동 미디어카페후에서 일본 도쿄도 세타가야구 4선 의원인 가미카와 아야의 자서전 <바꾸어나가는 용기>(한울엠플러스) 출간기념회가 열렸다. 이 자리엔 8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렸다. 가미카와 의원은 일본 정치사에서 처음으로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밝히고 출마해 당선된 정치인이다.

그의 노력은 구에만 머물지 않고 일본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국회의원들을 하나씩 설득해 성 변경을 인정하는 법안 통과를 이끌어냈다. 현재 도쿄에서는 점점 더 많은 자치구가 동성 간 결혼을 인정하는 조례나 훈령을 제정하고 있다. 통신사는 동성 가족들에게도 가족할인을 하고, 많은 회사들은 동성 결합 가족에 대해 가족수당과 각종 휴가 혜택 등을 인정하고 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성전환 수술을 한 뒤 1998년부터 일본에서 다시 여성의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일본에서 여성으로 살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원래 남성으로 태어났던 과거를 숨기고, 그에 따른 각종 불편함을 감수했을 때 가능했다. 모든 공적 서류에는 그가 남성임을 증명하는 기록들로 가득했다. 그는 구청에서 주민표의 성별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하고, 일본연금보험 사무소에 찾아가 공적연금표상의 성별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하고, 후생성에 의료보험의 성별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어디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상황은 바뀌었다. 극심한 반대와 저항도 있었지만, 언론은 엄청난 관심을 보였고, 정치인부터 시민들까지 귀를 기울였다. 투표일에는 그의 당선 여부를 보기 위해 몰려든 취재진으로 그의 방이 가득 찼다. 당선하자마자 유명 토크쇼에 출연했다.

그들을 바꾸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권리의 당사자들을 바꾸는 것이었다. 숨어 지내던 동성 커플과 트랜스젠더들을 설득해 그들이 구민임을 보여주는 주민표와 납세증명서를 들고 구청장과 관료들을 만나게 했다. 그들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했다. 가미카와 의원은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바뀌는 것은 없었다. 변화의 시작은 내가 이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는 “성소수자의 권리는 곧 모든 인간의 보편적 권리”라고 말한다. 그는 “세타가야구에는 트랜스젠더를 위한 성별 구분 없는 1인 화장실을 확대하는 정책이 추진중이다. 하지만 1인 화장실이 트랜스젠더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들이 끄는 휠체어를 타는 늙은 노모는 어느 화장실에 가야 하느냐”고 묻는다.

*허핑턴포스트는 가마카와 아야와의 영상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해당 인터뷰는 편집을 거쳐 10월 26일에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