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최순실을 덮기 위한 '이불 개헌'은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 짓이다. 애초 박근혜의 의도 역시 개헌이 되든지 말든지 손해 볼 게 없다는 생각일 것이다. 단지, '최순실 이슈'를 '개헌 이슈'로 덮으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가 간과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국민들은 (정치인들과 달리) '개헌 이슈'보다 '최순실 이슈'에 훨씬 더 관심이 많고, 분노하고, 의혹을 갖고, 황당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송민순 회고록 이슈로 최순실 이슈를 덮으려 했지만 거꾸로 최순실 이슈가 회고록 이슈를 덮어버린 것처럼, 개헌 이슈로 최순실 이슈를 덮으려 해도 결국 최순실 이슈가 다시 개헌 이슈를 덮어버리게 될 것이다.

2016-10-25     최병천
ⓒ연합뉴스

혹자는 "개헌은 이불이 아니다"라고 표현했다. 그렇다. 박근혜의 개헌은 <이불 개헌>이다. 중앙일보 권석천 논설위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박근혜의, 박근혜에 의한, 최순실을 위한 개헌"이다.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하고, 같은 날 저녁 JTBC는 초대형 특종을 터뜨렸다.

거기에는 대통령의 중요연설과 국무회의 자료, 비서진 교체 등의 '극비 사항'들이 포함되어 있다. (*청와대에서 전달한 이는 대통령의 최측근인 문고리 3인방일 가능성이 높고, 이 자료를 받은 최순실과 함께 '법률적 위반' 가능성이 높다.)

정유라에게 '감사합니다, 앗, 첨부파일을 보내주지 않으셨습니다. 멘토 언니를 알아봐주겠습니다.' 등의 극존칭을 썼던 이화여대 이인성 교수는 정부지원 연구용역 55억원을 따낸 것이 밝혀졌다. 이인성 교수의 극존칭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황당해 했는데, <55억원짜리 극존칭 아부>였던 셈이다. 이인성 교수는 최경희 총장의 측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차은택과 고영태는 모두 '최순실 덕택에' 재벌들로부터 수십억원을 삥 뜯은 돈으로 만든 블루K 등의 이사를 하고 있다.

차은택과 고영태는 모두 '최순실 덕택에' 재벌들로부터 수십억원을 삥 뜯은 돈으로 만든 블루K 등의 이사를 하고 있다. 차은택의 후배 김성현은 재벌 대기업에 전화를 해서 수십억원을 추가로 요구하기도 했다. '주머닛돈이 쌈짓돈'이라고 재벌돈은 자기네들 돈이라고 생각하던 모양이다. 차은택, 김성현의 이런 행태가 가능한 근본 이유는 청와대 경제수석 안종범이 전경련에게 전화를 해서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순실은 '극비 사항'에 해당하는 청와대 문서들을 거의 실시간으로, 수년간에 걸쳐서 보고받고, 수정했고, 그것을 '서로 반말을 하는' 사이인 20살 연하의 남자인 고영태에게 자랑하곤 했다.

최순실을 덮기 위한 '이불 개헌'은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 짓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모든 믿기지 않는 팩트와 사건들에 대해 최소한의 대국민 사과도 없이 개헌을 제안했다. <최순실을 덮기 위한 '이불 개헌'>은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 짓이다.

이 국회에서 2/3의 합의를 통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송민순 회고록 이슈로 최순실 이슈를 덮으려 했지만 거꾸로 최순실 이슈가 회고록 이슈를 덮어버린 것처럼, 개헌 이슈로 최순실 이슈를 덮으려 해도 결국 최순실 이슈가 다시 개헌 이슈를 덮어버리게 될 것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