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안 가고 '공무원'이 되겠다는 고등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2016-10-23     박세회

지난 22일 오후 6시께 청주시 서원구에 있는 한 행정고시학원 강의실. 청주에서 일반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김승현(18)군은 대입 수능시험을 3주가량 앞뒀지만, 입시학원이 아닌 고시학원에 다닌다.

김군은 "학교 공부와 공무원 시험 준비를 동시에 하려면 시간을 아껴야 한다"며 빠른 속도로 책장을 넘겼다.

안정된 직장인 공무원이 된 뒤 대학을 진학해 일과 공부를 병행하겠다는 게 김군의 생각이다.

김군보다 두 살이나 어린 조진혁(16)군도 지난 8월 공시 학원에 등록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국가직 공무원 9급 시험에 합격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도전에 나섰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2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강모(28)씨는 "학원에 고교생들이 눈에 띄게 많이 늘었다"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대학에 가지 말고 미리 시험을 준비할 걸 그랬다"고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취업난 속에서 김군이나 조군처럼 대학 진학 대신 일찌감치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고교생들이 늘고 있다.

고등학교에까지 불어닥친 공무원 시험 열풍에 '공딩(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다.

이 중 18∼19세 지원자는 총 1천955명으로 지난해(1천387명)보다 40%나 급증했다.

특히 공무원은 안정적인 데다 최종 학력에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시험 성적으로만 취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연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행정고시학원 관계자는 "공부를 일찍 시작하면 유리한 면도 있지만 섣부른 선택은 금물"이라며 "공무원 수험의 길이 대학 입시보다 더 힘겨울 수 있음을 잊지 말고, 도전을 결심했다면 확실한 목표 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