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문화'(Rape culture)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내게 말해 봐

2016-10-21     Ali Owens
ⓒPETER MULLER VIA GETTY IMAGES

강간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 1970년대 미국에서 2세대 페미니스트들이 만든 말. 리베카 솔닛이 '맨스플레인'에서 정의한 바에 따르면 ‘강간이 만연한 환경, 미디어와 대중문화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규범화하고 용인하는 환경'을 가리킨다.

우리 동네에는 내가 자주 가는 바가 있다. 나는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을 대부분 알고, 거기선 전반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지만 화장실은 좀 음침하다. 창문이 없는 방 하나에 변기와 세면대가 달랑 하나씩 있고, 문을 열 때마다 안은 칠흑같이 깜깜하다. 왠지 나는 본능적으로 여긴 주의하며 들어가야 할 곳이라고 느꼈다. 누가 어둠 속에 도사리고 있을 경우를 대비해서 말이다. 나는 언제나 안으로 팔을 뻗어 전등을 켠 다음 속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들어갔다.

그들은 내가 피해망상이라고 했다.

그들은 그녀에게 좀 더 조심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아는 많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나는 우버를 부를 때 주저한다. 특히 늦은 시간에 그러는데, 내가 모르는 남성과 고립된, 밀폐된 공간에 단 둘이 있는다는 게 별로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아서다. 이 사실을 불쾌하게 여기는 남성들이 많다. “모든 남성이 나쁜 게 아니야.” 마치 내가 그걸 몰라서 이런다는 듯 입을 모아 말한다. “넌 성차별을 하고 있어.”

그들은 내가 불공평하게 남성들을 비판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남성이 필연적으로 강간할 거라고 우리에게 말한다.

파티에 갔다. 내가 모르는 남성이 내 주위를 불편할 정도로 가까이 맴돈다. 나는 그에게 기본적인 사교적 신호를 통해 내가 관심이 없다는 걸 알리려 하지만 그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를 완전히 무시해 버리지만, 그것도 효과가 없다. 그의 손이 내 엉덩이를 만지는 걸 느끼고 나는 휙 돌아보며 그에게 꺼지라고 큰소리로 강하게 외친다. 그는 나의 뻔뻔함에 충격받은 듯, 심지어 상처받은 듯 행동한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어이없어하며 내가 과민 반응을 했다고 서로 속삭인다.

그들은 내게 적대적이라고 한다.

그들은 그녀에게 충분히 맞서 싸우지 않았다고 말한다.

여성이 인도를 걸어간다. 가족과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이다. 벽에 기댄 남성 앞을 지나간다. 남성이 “어이 자기, 나한테 미소 한 번 지어 주지그래?”라고 외친다. 그녀는 그를 무시하고 발걸음을 빨리한다. 퇴짜를 맞아 화가 난 그는 “넌 어차피 못생긴 쌍년이야!”라고 그녀의 뒤에다 외친다. 그녀는 저녁 식사 중에 가족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가족들은 왜 그냥 시키는 대로 한 번 미소 지어 주고 충돌을 피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그들은 그녀에게 친절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들은 그녀가 너무 친절했다고 말한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 나는 여성들이 인간이 아닌 물건 취급을 받는 게 불편하다고 말한다. 남성 친구 한 명이 언짢아하며 요즘 시대엔 여성들의 처지가 예전보다 너무나 좋아졌으니 불평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그들은 내게 여성의 대상화는 더 이상 흔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들은 '여성의 대상화'가 사실은 아직도 굉장히 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걸 대수롭지 않은 일로 받아들이길 기대한다.

파티에서 과음한 여성이 강간당한다. 그들은 그녀가 취한 상태였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자초한 일이다.

자초한 일이다.

자초한 일이다.

……어떤 패턴이 보이지 않는가?

상냥해져라 – 하지만 너무 상냥하면 의도가 오해받을 수 있고, 네가 추파를 던졌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강간당할 수 있다.

강간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최대한 맞서 싸워라 – 하지만 한발 앞서서 행동하면 안 된다. 그러면 넌 그냥 쌍년이다.

남성의 이른바 동물적 강간 본능이라는 것을 시험에 들게 하는 상황에 부닥치지 마라 – 하지만 죄 없는 우버 기사는 두려워하지 마라. 모든 남성이 강간범은 아니라고, 이 지나치게 민감하고 남을 비난하는 남성 혐오자야.

피해망상은 갖지 말고 긴장을 풀어라. 강간범이 어디에나 숨어있는 건 아니다 – 하지만 늘 주위를 잘 살펴라. 네가 방심했을 때 강간은 일어나고 네가 다음 차례일 수도 있으니까.

단정 짓지 마라 – 하지만 그들은 실제로 너에 대해 징그럽고 저속한 말을 하고 있으며, 사실 그건 너무나 흔하기 때문에 네가 언짢아할 일도 아니라는 걸 이해해라. 그냥 원래 그런 거다.

그러니 어디 한 번 내게 강간 문화란 건 없다고 말해 보라. 내가 강간당한 게 내 탓이라고 말한 바로 그 입으로 그렇게 말해 보라.

강간 문화란 강간범같이 생긴 망나니들이 '강간은 좋은 것이고, 모두 강간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외치는 게 아니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면서 '강간 문화란 건 없다'고 말해 보라. 미국에 강간 문화란 없다고 내게 어디 한번 말해 보라. 당신은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뭔지도 모른다.

강간 문화의 피해자 절대다수는 여성들인데 '강간 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내게 말하는 사람들의 절대다수는(짐작대로) 남성들이라는 게 이 상황의 아이러니다. 자신은 그런 주장을 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 남성들이 있다. 이런 남성들은 우리 여성들이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겪는 성폭력의 위협을,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뿌리내린 위협을 자신들이 일축해 버릴 수 있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한 번도 그걸 상대해야 했던 적이 없는 당신에겐 그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 허핑턴포스트US의 Tell Me There’s No Rape Cultur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