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으로 엉망이 됐던 광안리 해변을 청소한 외국인 모녀를 만났다

2016-10-15     김수빈
15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미국인 디애나 루퍼트(38·여·가운데)씨와 두 딸 피오나(11·오른쪽)·스텔라(5·왼쪽) 양이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이달 5일 제18호 태풍 '차바'가 부산에 상륙해 광안리해수욕장 등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간 지 열흘이 지났다.

이들은 태풍 차바 이후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쓰레기를 치우던 중에 한 시민의 카메라에 찍혔고, 이 사진은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다.

미국 위스콘신주 출신인 루퍼트 씨는 부산국제외국인학교의 초등반 교사다. 2009년 8월 부산에 정착해 올해 7월에 수영구로 이사를 왔는데, 태풍 피해를 직접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녀는 태풍 당일 아파트 앞을 지나는 도로까지 물에 잠겨 집에서 꼼짝 못 하다가 오후에 해가 뜨고 나서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았다.

15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미국인 디애나 루퍼트(38·여·오른쪽부터)씨와 두 딸 스텔라(5)·피오나(11) 양이 웃으며 걷고 있다.

큰딸 피오나 양은 "엄마, 우리 동네 해수욕장이 태풍 때문에 엉망이 됐어요. 우리가 쓰레기를 치워야 해요"라고 제안했다. 모녀는 집 근처 철물점에서 갈퀴를 사고, 고무장갑과 장화 등으로 무장하고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작은딸 스텔라 양은 평소 백사장에서 갖고 놀던 장난감 중 플라스틱 삽과 바구니 등을 챙겼다.

피오나 양은 "학교 수업시간에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배웠다"며 "광안리해수욕장은 우리 동네니까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모녀의 쓰레기 수거 작업은 해가 질 무렵인 오후 7시가 넘어 끝났다. 4시간 동안 모녀가 공을 들인 백사장은 제모습을 상당 부분 되찾았다.

루퍼트 씨는 "아이들과 함께 태풍의 피해 복구에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