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논리와 현실

문제점은 성과 측정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이다. 이 점이 가장 걱정스러운 점이기도 한데 성과제에서는 정교한 성과 평가시스템이 가장 중요한데 그것이 없으면 정성적으로 대충대충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하는가? 매우매우 부정적이다. 이번에 승진했으니까 이번 평가가 좀 낮게 나오는 것을 감수하라든지, 여자 직원에 대한 편견을 가진 상사가 의도적으로 낮은 평가를 내리고 인사부에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든지. 이게 어디 영세기업의 성과평가가 아니라 대기업과 대형 금융기관에서 종종 벌어지는 평가의 실제 사례들이다.

2016-10-04     김영준
ⓒ연합뉴스

세상에는 겉으로 보기에 완벽한 시나리오란 게 있다. 이치로도 타당하고 합리적이어서 잘만 굴러간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어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굴려보면 기본 가정에서부터 어긋난 것들이 많아서 무척이나 덜그럭 거리거나 제대로 굴러가지도 않고 주저 앉는 경우가 많다. 성과연봉제가 바로 그 대표적인 겉으로 보기에 완벽한 시나리오라 하겠다.

호봉제에 대한 비판지점이 '일을 잘해도 못해도 동일한 급여를 받으니 전부 단체로 자리만 뭉개고 있다'고 관리직만 올라가도 실무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실무능력을 천천히 상실하게 되는 한국 직장의 구조상 나이 많은 직원은 업무능력은 없고 급여만 많이 받는 생산성 떨어지는 직원이 된다. 결국 이러한 직장의 구조는 나이가 젊고 실무를 하는 직원들이 구르고 구르는 젊은 실무진의 희생으로 돌아가는 형태가 된다.

성과연봉제가 잘 굴러가려면 다음의 두 가지 질문에 명확한 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과 측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성과 측정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

성과연봉제는 이 문제에 대해 '인센티브'라는 해법으로 카운터를 치기 때문에 성과연봉제야말로 모두가 나가야 할 길인 것으로 보인다. 근데 모든 것이 계획대로만 굴러가면 전쟁은 왜 나고 기근은 왜 일어나겠는가?

어느 것이나 마찬가지로 성과측정은 정량과 정성으로 나눌 수 있다. 정량은 결국 숫자인데 이것은 숫자가 나오는 사업부일수록 유리하다. 예를 들어 지금의 내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영업 분야가 바로 그렇다. 세일즈는 숫자가 가장 명확하게 나오는 업무 분야 중 하나다. 무엇을 하나 팔거나 여러 개를 팔거나 계약을 따내거나. 전부 금액으로 명확하게 나온다. 그래서 측정이 가장 쉽다. 증권사 보험사 등의 자산 운용파트도 매일매일 수익률이 나오고 그것이 월 수익률과 연간 수익률을 바로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측정하기가 쉽다.

올 여름에 한전 때문에 다들 말이 많았는데 이 한전만 해도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이익률로? 한전이 이익을 잘 내려면 전기료를 올리면 되는데 이게 공기업의 목적에 부합하는 일인가? 반대로 낮은 가격에 전기를 공급해서 손해를 보는 경우엔? 늘상 기사에 실리지만 방만한 경영이라고 욕을 먹질 않던가?

이번에 승진했으니까 이번 평가가 좀 낮게 나오는 것을 감수하라든지,여자 직원에 대한 편견을 가진 상사가 의도적으로 낮은 평가를 내리는 것이라든지...

이번에 승진했으니까 이번 평가가 좀 낮게 나오는 것을 감수하라든지, 곧 승진 대상자이니 의도적으로 높은 평점을 부여하는 것이라든지, 여자 직원에 대한 편견을 가진 상사가 의도적으로 낮은 평가를 내리고 인사부에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든지, 결혼을 하고 이번에 애도 생기니 좋은 고과를 줘야겠다든지. 이게 어디 영세기업의 성과평가가 아니라 대기업과 대형 금융기관에서 종종 벌어지는 평가의 실제 사례들이다.

이 두 가지가 잘 된다해도 문제는 발생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성과 자체를 위한 모럴 해저드다. 성과 자체가 중요해지면서 조직 간에 서로 벽을 치고 이기주의를 발현하거나 단기 성과에만 치중하는 경우다. 일단 성과를 내고 그곳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당장 내가 일할 때는 드러나지 않는 성과를 위한 부정적인 모든 행동을 다 하고 뒷사람에게 시한폭탄을 넘기려고 할 것이다. 또한 하는 모든 것을 실적으로 포장하려 하게 된다. 이런 사례의 극단을 보였던 회사가 하나 있다. 엔론이라고.

[덧붙임]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