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영어 과외선생의 탄생

먼저 TED 강연을 함께 본다. 초짜 영어 과외선생인 내가 강조하는 건 첫째, 잘 읽기. 그것도 소리 내어 읽기다. 옛날 서당 학생들처럼 돌아가면서 소리 내어 텍스트를 읽게 한다. 가능하면 날마다 집에서 읽는 게 숙제다. 우리나라 영어공부는 소리 내서 읽는 게 아니라 눈으로 읽는 걸 기본으로 한다. 그 때문에 토익, 토플 성적이 높아도 입이 열리지 않는다는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영어라는 언어가 지닌 음악성과 리듬을 자연스레 체득할 기회마저 원천 봉쇄된다.

2015-04-28     정경아
ⓒpixabay

학생들은 어느 단체의 국제협력팀 소속 20대, 30대, 40대 여성 각 한 명씩이다. 이 단체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회원으로 등록돼 있어 가끔 국제회의에 실무진을 파견한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근처에 직업훈련원 사업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그녀들은 이미 관련 업무를 맡고 있거나 연계돼 있어 남부럽지 않은 영어 능력을 갖춘 상태. 대한민국 정규 교과과정을 무사히 통과해 낸 만큼 독해 등 문법 실력도 짱짱하다. 그러나 다른 모든 공부가 그러하듯 영어 또한 갈수록 더 높은 수준과 품격에 대한 갈증이 있는 법. 나 역시 직장 시절 영어로 하는 브레인스토밍이나 일대일 입씨름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과거가 있다. 그래서 돕고 싶었다.

먼저 TED 강연을 함께 본다. 초짜 영어 과외선생인 내가 강조하는 건 첫째, 잘 읽기. 그것도 소리 내어 읽기다. 옛날 서당 학생들처럼 돌아가면서 소리 내어 텍스트를 읽게 한다. 가능하면 날마다 집에서 읽는 게 숙제다. 우리나라 영어공부는 소리 내서 읽는 게 아니라 눈으로 읽는 걸 기본으로 한다. 그 때문에 토익, 토플 성적이 높아도 입이 열리지 않는다는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영어라는 언어가 지닌 음악성과 리듬을 자연스레 체득할 기회마저 원천 봉쇄된다.

이제 질의·응답 순서. 동영상 내용에 대한 질문을 10개씩 만들어 서로 영어로 질문하고 답변하게 한다. 내용 파악이 안 되면 질문을 작성할 수도, 대답을 할 수도 없다. 텍스트에 집중하게 하는 효과가 크다. There's no stupid question. 어떤 질문이든 오케이다. 강연자에게 가상의 질문서 이메일을 써오라는 숙제도 낸다. 짧은 강연 시간 제약 때문에 강연자가 미처 담아내지 못한 부분에 대한 추가 질문을 빌어 강연자의 행동 배경이나 세계관을 묻는 형식이다.

막연히 알거나 들었을 뿐 정확히 몰랐던 사안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는 것도 TED와 YouTube 동영상 공부의 재미다. 구글 엔지니어인 Chade-Meng Tan의 'Everyday Compassion at Google'이란 주제의 강연도 그중 하나. 구글 내부에서 일어나는 공감과 연민의 자발적 화학작용이 어떻게 조직화되며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 사례 발표는 질투 섞인 부러움을 자아낸다.

Be동사부터 시작이다. 무조건 입을 열고 떠들게 한다. 끊임없는 반복이 당장은 최선이다. 소리 내어 읽게 하고 발음 연습과 교정을 한다. 이미 자기 안에 있지만 속절없이 묵혀진 영어를 끄집어내서 활발발 살아내게 할 수 있을까? 일단 가보는 거다.

학생들은 잘 따라온다. 명색이 내가 선생인데 학생들이 선생보다 훨씬 똑똑하다는 게 이 수업의 특징이랄까. 그녀들이 스스로 부여한 동기를 유지하도록 돕고 적당한 자극을 주는 게 내 역할이겠지. 수업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도 만발이다. 노래방 가서 영어 노래만 두 시간 부르기, 영드나 미드를 교재로 쓰는 방안도 그들의 제안이다. 그들에게 이건 스펙을 쌓거나 취업을 위한 공부가 아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진짜로 재미있지 않으면 공부가 아니다. 오래 걷기로 한 길일수록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