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회의원은 '입법 세일즈'를 한다

"소셜 미디어에서 정책에 관한 댓글들은 매우 부정적이거나 폭력적입니다. 사람들은 이미 정해진 바에 대해서는 반발하기 마련이죠. 우리는 시민들에게 (통보하는 대신) 의견을 물음으로써 이 구조를 뒤집습니다. 논쟁이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막고 열린 감시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죠."

2016-09-28     와글(WAGL)

'의회와 시민' 공동 창립자 시릴 라져 / 시릴 라져의 페이스북

공익 추구는 더 이상 정치인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 시릴 라져(Cyril Lage)

'의회와 시민(Parlement & Citoyens)'을 만든 프랑스의 공공 정책 및 전략 컨설턴트인 시릴 라져(Cyril Lage)는 개발 배경을 묻는 인터뷰에서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심각한 프랑스 사회에서 정치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를 늘 고민해 왔다고 말합니다.

시릴은 시민과 국회의원의 '만남의 장소'가 필요할 뿐 아니라 실제로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픈소스 개발자, 디자이너와 함께 '열린 민주주의(Démocratie Ouverte)'를 만들어 활동하며 구상을 다듬어 왔죠. 마침내 2013년 2월,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에서 사회 민주주의 정당 PS까지 6개 정당 6명의 국회의원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시민 집단지성 입법 플랫폼 '의회와 시민(Parlement & Citoyens)' 서비스를 정식 론칭합니다.

국민전선의 마리옹 마레샬 르펜(Marion Maréchal-Le Pen, 위)과 PS의 도미닉 람부르그(Dominique Raimbourg, 아래)이 의제를 제안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 '의회와 시민' 웹사이트

무엇이 특별한가?

'의회와 시민' 입법 프로세스

2. 토론 : 국회의원과 시민이 안건에 대한 '문제 정의', '원인 분석', '해결책 제시'

- 해결책은 의원과 시민 모두 제시할 수 있고 모든 제안은 토론에 부쳐진다.

4. 공개 토론 : 안건을 제시한 의원과 시민 8명이 화상 토론을 진행하고, 온라인 생중계한다.

5. 법안 공개 : 위의 과정을 토대로 만든 법안을 공개한다.

국회의원 클로디 르브레통(Claudy Lebreton)이 시민들과 공개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 '의회와 시민' 페이스북

토론이 끝나면 관리자는 토론의 내용을 취합하여 종합 보고서를 발표합니다. 보고서에는 문제의 정의와 원인 세 가지, 해결책 세 가지에 대한 각각의 찬반 의견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의원과 시민 모두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으며 모든 제안은 토론에 부쳐진다 / '의회와 시민' 웹사이트

국회와 정부를 움직이다

특히 살충제 법안을 통과시킨 유럽 생태 녹색당(EELV) 소속 상원 의원 조엘 라비(Joël Labbé)는 2015년에 또 한 번 '생물 다양성 및 기후변화에 대한 법'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 법안은 무려 투표 5만 건, 참여 시민 9천 명으로 플랫폼 내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죠. 환경부 장관이 이 법안을 지지하면서 환경부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시민들에게 '의회와 시민' 플랫폼에 들어가 법안 토론에 참여하기를 권유하기도 합니다. 국회의원과 장관이 시민들에게 적극적인 '입법 세일즈'에 나선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정책이 다양한 지식과 의견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 시릴 라져(Cyril Lage)

왜 입법권은 국회의원들이 독점하는가?

19대 국회 청원 통계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민주주의란 중지(衆志)를 모아 더 나은 지혜를 도출하는 것

무엇보다도 '의회와 시민' 플랫폼은 입법 과정에 다수의 시민들을 참여시키고 토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법안의 정당성을 높입니다. 의원과 전문가들만 법안을 만든다는 통념을 깨고, 의원과 이익단체 사이에 법안 통과를 조건으로 한 부당한 거래를 방지하는 것이죠.

"소셜 미디어에서 정책에 관한 댓글들은 매우 부정적이거나 폭력적입니다. 사람들은 이미 정해진 바에 대해서는 반발하기 마련이죠. 우리는 시민들에게 (통보하는 대신) 의견을 물음으로써 이 구조를 뒤집습니다. 논쟁이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막고 열린 감시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죠."

'열린 민주주의' 공동 창립자 시릴 라져(오른쪽 첫번째), 아멜 르쿠즈(오른쪽 두번째) / 아멜 르쿠즈의 페이스북

더 좋은 정치는 참여를 통해서 가능하고, 이 참여는 시민들이 '하면 바뀐다'는 믿음에 근거해 정치적 의지를 발휘하고자 할 때 나타납니다. '의회와 시민'이 앞으로 얼마나 더 성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여기에 참여한 시민과 정치인들 모두에게 새로운 정치적 비전과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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