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을 당하지 않는 법'이 아니라 '가해자가 되지 말라'고 가르쳐야 한다

아쉽게도 국내 성교육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이후, 사후 대처의 한 방편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성교육에서 다룰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보다는 "성폭력을 예방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성폭력을 예방함에 있어 학교성교육표준안은 주로 '피해를 당하지 않는 방법'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성폭력을 예방하는 방법은 잘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성폭력을 하지 않는 것이다. 위험한 상황을 인지하고 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 이전에 상대방과 명확한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 상대방의 거절을 즉시 수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2016-09-29     한국성폭력상담소
ⓒGettyimage/이매진스

한국성폭력상담소 25주년 기념 허핑턴포스트코리아 공동기획 | 우리가 성폭력에 대해 알아야 할 8가지

글 | 노선이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지난 2015년 2월, 교육부가 학교성교육표준안을 발표했다. 영·유아부터 초중고에 이르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표준안은 금욕을 강조하고, 다양한 성적지향과 가족구성형태, 장애 등에 대한 고려가 없을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 구성원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표준안을 접한 많은 이들이 큰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성교육의 포인트, 성폭력 '피해'에서 '가해'로

"(이성 교제 시)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 2015년 2월 교육부가 발표한 성교육표준안 내용 중

"성교육에서 금욕? 고조선이야?"

- 2015년 2월 교육부가 발표한 성교육표준안 내용 중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특히 학생간/또래간 사건이라면) 많은 이들은 입을 모아, "성교육이 제대로 안 돼서 그래"라고 말한다. 성폭력 사건의 예방책과 해결책으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교육을 잘 해야 한다는 결론이 어렵지 않게 내려진다. 맞는 말이다. 성교육만 제대로 되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성폭력 사건은 정말 많다.

성교육 시수 확보와 인프라 구축이 필요

또한 성교육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교사에 대한 지원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학교/학생의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학교에 보건교사는 단 한 명이 배치된다. 보건교사의 주된 역할은 학생들의 건강관리와 응급상황 대처이지만, 정규교과가 아닌 성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별도로 배치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건교사에게 그 역할을 추가로 부여하려면 성교육을 실행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성교육이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면 그것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

성교육의 우선 대상은 학생들이 아니다

때문에 성인들이 먼저 성교육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관련 서적을 찾아 읽고 익히는 것이다. 또는 학생교육기관에서 학부모나 양육자를 대상으로 하는 강좌를 개설하거나 주민센터와 같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적극적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수십 수백 명의 대형 강의보다는 소규모의 토론이나 워크샵 형태의 성교육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의 자기 성역사를 반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은 우리의 성문화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성교육이 모두를 자유롭게 할 것

- 본 글은 지난 8월 23일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주최한 [NO 경직! 라운드테이블 - 성교육을 말하다]에 나온 내용들을 정리한 글이다.

[NO 경직! 라운드테이블 - 성교육을 말하다] 자료집 무료 다운로드

제인 폰다, 2014, <십대를 위한 교과서 밖의 성 이야기 -돌직구성교육>, 예문사

, 또하나의문화

* [우리가 성폭력에 대해 알아야 할 8가지] 연재를 마칩니다. 연재의 다른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의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블로그 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