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백남기 씨 '사망진단서'가 의미하는 것

이 사람이 왜 병원까지 와서 누워 결국은 목숨을 잃게 되었는지도 사회가 밝힐 일이지 의사가 밝힐 일이 아니다. 의사는 이 사람을 받아 치료해서 317일을 살렸고, 자신의 소견을 밝혔을 뿐이다. 여기서 과학적인 이분법을 정치적 논란에 끌어들이는 것은, 결국 과학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고, 다른 논쟁이나 쟁점을 부러 만들거나 사실을 호도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는 그가 죽은 2016년 9월 25일보다는 그가 쓰러져 영영 의식을 잃은 2015년 11월 14일을 쟁점으로 삼아야 한다. 모든 일은 그날 벌어졌으며, 그 여파로 그가 이제 사망했던 것이다. 우리는 서류보다는 우리에게 벌어진 객관적인 사실만을 보고 믿으며, 그에 대해 증명해야 한다.

2016-09-27     남궁인
ⓒ연합뉴스

이 진단서를 두고 대단히 말이 많다. 마치 사망진단서 한 장이 그의 사망의 원인을 밝혀내는 판결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분명히 정치적 프레임이 가미되어 있는 이 죽음과 논란에 대해서, 나는 수백 장의 사망진단서를 써온 의사로서 소견을 밝힌다.

이 경계는 조금 애매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외상성 뇌출혈로 입원해서 일주일 만에 죽었다면 명백한 '외인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외상성 뇌출혈로 입원한 후 10년을 살다가 급성신부전이 생겨 죽었다면 기인한 원인은 '뇌출혈'일 수 있겠지만, 직접 사인은 '급성신부전'이다. 뇌출혈을 겪었어도 10년을 살았으므로 향후 더 살 수 있었다고 보고, 직접 사망은 내과적인 이유로 간주하기 때문에 사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1년이나 2년 정도면 어떻게 될까? 이 상황에선 의료진의 판단으로, 환자가 투병한 시기와 기왕력, 그리고 내과적인 상태까지 고려해서 사망진단서를 작성하게 된다.

그리고 사망 진단서를 직접 기록해본 사람으로서, 언론의 주목으로 이 서류 작성의 과정이 몹시 고뇌스러웠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직접 사인이 '심폐정지'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는데, 모든 사람이 사망 직전에는 '심폐정지'를 겪기 때문에 사망진단서에는 이를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서울대학교 의료진이 이를 분명 알았을 테지만 직접 사인에 기록한 것은, 직접 사인이 '급성신부전'으로 기록되어 뻔히 예견될 수 있는 정치적 논란을 막기 위함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선행 원인은 '급성경막하출혈'이라고 분명히 기록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그를 진료한 의사는 이러한 인과 관계를 파악했고, 더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그를 둘러싼 갈등도 판단했고, 결국 이러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나는 환자를 직접 보지 않았으므로 여기서 더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서류에는 분명한 인과 관계가 적혀 있고, 나는 이 판단을 존중할 수 있다.

이 글의 요는 '병사'의 논란이 맞다, 틀리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의료진이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요약해 기록한 서류였을 뿐이다. 이 논란을 계속하는 것은 '사망진단서'라는 서류 한 장으로 사실을 흐릴 뿐, 지금껏 벌어진 일이 무엇이었는지 이야기해주는 게 아니다. 팩트는 2015년 11월 14일 외상을 입은 백남기씨가 병원에서 시행한 검사 결과가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이었고, 그것이 의식이 영영 돌아오지 못할 정도로 심한 외상이었으며, 그 뒤 그가 투병하다 317일 후에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 팩트에서 '병사'라고 쓰인 종이 한 장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또,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그 팩트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은 고인이 영면하게 할 때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