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수라'의 제목은 황정민이 지었다

2016-09-28     박수진

"완전 아사리판이네!" 배우 황정민이 영화 '아수라'의 시나리오를 읽은 뒤 내뱉은 말이다.

김성수 감독은 "황정민 씨가 내뱉은 '아사리판'이라는 단어에서 힌트를 얻어 결국 '아수라'로 제목을 정했다"면서 "아수라라는 뜻과 영화 내용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수라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혼란의 세계인 아수라도에 머무는 귀신을 일컫는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광기 혹은 광란(Madness)의 의미를 담은 'Asura: The City of Madness'다.

얼마 전 개봉한 '범죄의 여왕'(이요섭 감독)의 원래 제목은 '원수'였다. 극 중 아들 익수(김대현)가 엄마 미경(박지영)을 너무 힘들게 해서 원수라고 붙인 것이다. 그러다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별명이 '범죄의 여왕'인 걸 우연히 알게 돼 이를 차용했다는 후문이다.

배우 유해진이 원톱을 맡은 영화 '럭키'(이계벽 감독)는 일본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이 원작이다. 잘 나가던 킬러가 기억을 잃고 무명 배우와 인생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영화다. 원래 제목은 '키 오브 라이프'였다가 블라인드 시사회에서 관객들이 제안한 '럭키'로 바꿨다. '럭키'의 영어 제목은 'Lucky'가 아니라 'Luck, Key'이다. 행운이라는 의미의 'Luck'과 열쇠를 뜻하는 'Key'의 합성어다. 열쇠 때문에 행운을 얻게 된 점을 표현하려 했다고 한다.

김혜수, 마동석 주연의 '굿바이 싱글'(김태곤 감독)도 원래는 '가족계획'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개봉을 한 달 앞두고 "밝고 유쾌한 코미디 영화"라는 점을 살리기 위해 지금의 제목으로 변경했다.

김성훈 감독의 '끝까지 간다'도 비슷한 사례다. 이 영화의 원제는 '무덤까지 간다'였다. 그러나 당시 세월호 참사로 인해 사회 전체가 애도 분위기인 점을 감안해 '무덤'이라는 어두운 단어를 빼고 지금의 제목으로 바꾸면서 흥행에도 성공했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 '시발, 놈: 인류의 시작'처럼 부제가 달린 영화 제목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영화계 관계자는 "제목은 작품의 이미지를 아우르면서도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싶어 하게끔 지어야 한다"면서 "아무래도 흥행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막판까지 고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