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기업들이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약속하는 이유

이런 의문을 가지는 분이 있을 겁니다. '아무리 이게 옳은 방향이라고 해도, 재생가능에너지만으로 기업의 전력을 운용하는 게 정말 가능할까?' 화석연료 수입량이 세계 3·4위에 이르고, 공산품을 수출해서 먹고 사는 우리나라에서 말이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그 대답은 '가능'입니다. 물론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얘기와 정책적으로 현실화하는 일 사이에는 간극이 있겠죠. 하지만 IT 기업뿐 아니라 BMW, 코카콜라, P&G 같은 전통 제조업체까지 100% 재생가능에너지 전환을 약속하고 나서는 이유를 곱씹어봐야 합니다.

2016-09-26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9월 21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진행된 "IT와 100% 재생가능에너지" 포럼 현장

'탄소제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급부상

궁금하시죠? 도대체 '파리 기후협정'은 뭐고, 그걸 비준하는 건 또 왜 '전격적'이라는 걸까요?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인포그래픽 출처: 미항공우주국)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관측된 지구 평균 기온이 매달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상한' 무더위는 사실 더이상 새삼스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올 여름 전라북도에선 섭씨 33도가 넘는 날이 34일 동안 지속됐습니다.

국제사회는 지난해 말 파리 기후협정(신기후체제)을 채택했습니다. 이는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해 전세계 기후 변화를 관장하게 됩니다. 선진국에만 적용되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파리협정은 195개 당사국 전체가 준수해야 할 의무를 지닙니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까지로 제한하는 게 주요 목표죠.

미국, 중국의 파리 기후협정 공식 비준은 한국 IT산업에 어떤 의미일까요?

이 협약은 55개국 이상의 비준, 비준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55% 이상을 넘을 경우 발효됩니다. 지난 9월3일 미국과 중국의 비준, 그리고 21일 브라질, 아르헨티나, 태국, 멕시코,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31개국의 비준으로 47.5% 배출량에 해당하는 60개국이 비준한 상황입니다.

체질 전환 중인 글로벌 기업들

그런데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공장 하나 없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얼마나 한다고 이 호들갑일까요? 그 답은 '데이터'에 있습니다.

IT 영역의 전력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며,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분야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포그래픽 출처: 2015 그린피스 보고서 '깨끗하게 클릭하세요(Clicking Clean)')

'무엇을' 제공하느냐 보다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 신기후체제가 본격화되면서 IT 기업들이 어떤 전기로 데이터센터를 돌리느냐가 더욱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이죠.

지구를 식히기 위한 쿨IT(Cool IT) 경주의 선두주자, 애플의 환경 페이지. 애플은 고객들에게 아이메시지, 페이스타임, 시리 등 서비스가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경주는 시작되었는데 출발선에 들어서지도 못한 한국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비중을 늘리려는 노력은커녕, 정부에 보다 싼 전기 공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죠. 물론 기업들도 할 말이 있다는 걸 압니다.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서 쓰려고 해도, 어디 파는 데가 있어야 말이죠.

탄소 제로 경제 체제에서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은 IT기업이 어떤 전기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지 따져 물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재생가능에너지가 가능해? 가능해!

'아무리 이게 옳은 방향이라고 해도, 재생가능에너지만으로 기업의 전력을 운용하는 게 정말 가능할까?'

물론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얘기와 정책적으로 현실화하는 일 사이에는 간극이 있겠죠. 하지만 IT 기업뿐 아니라 BMW, 코카콜라, P&G 같은 전통 제조업체까지 100% 재생가능에너지 전환을 약속하고 나서는 이유를 곱씹어봐야 합니다. 그건 친환경 이미지를 얻기 위한 선언적 의미를 넘어서, 앞으로는 생존을 위해서 그럴 수밖에 없다는 자구책에 가까울 겁니다. 신기후체제에 따라 우리나라도 2030년 배출전망치 대비 온실가스를 37% 감축해야 합니다. 2030년이 그렇게 먼 미래일까요?

한국 IT산업, 재생가능에너지가 답이다

파리협정 이후 신기후체제 하에서, 재생가능에너지는 더 이상 '옵션'이 아닙니다. 계속 눈을 감고 있다가는 창조경제도, 동아시아 IT 허브도 한 순간의 백일몽으로 흘러가버리고 말 것입니다.

글 | 이현숙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선임 IT 캠페이너

* 이 글은 2016년 9월 23일 IT 전문 인터넷 미디어 <블로터>에도 기고 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