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외면, 노무현의 사과

주권자인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주권자인 국민을 사망케 했음에도 아무런 사죄도, 일체의 책임자 처벌도, 어떠한 배상도 없는 이 가공할 사태 앞에 망연하지 않을 길이 없다. 참여정부 당시에도 합법과 불법이 뒤섞인 집회와 시위는 많았다. 심지어 농민 2명이 경찰에 의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2016-09-26     이태경
ⓒ연합뉴스

박근혜는 백남기 농민을 언급한 적이 없으며, 경찰은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이후 시신 부검을 법원에 청구하기도 했다. 박근혜에게 백남기 농민은 비국민에 불과한 것 같고, 경찰에게선 어떻게 해서라도 책임을 모면하려는 필사적 몸부림만 보인다.

박근혜를 비롯해 이 정부의 책임 있는 자들은 경찰로 상징되는 공권력은 국민의 기본권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헌법과 법률의 통제를 강하게 받아야 하며, 공권력의 위법한 행사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당한 경우 책임자에 대한 처벌, 사과, 배상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노무현은 대국민 사죄와 책임자 처벌과 배상을 했다. 당시 노무현이 했던 대 국민사과는 지금 읽어봐도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의 기본권과 공권력에 대한 인식의 교과서라 할 만하다.

시위도중에 사망한 전용철 홍덕표 이 두 분의 사인이 경찰의 과잉행위에 의한 결과라는 인권위원회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경찰은 이 조사 결과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서 정부는 책임자를 가려내서 응분의 책임을 지우고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절차를 거쳐서 국가가 배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 번 더 다짐하고 교육을 강화하겠습니다.

또 공권력도 사람이 행사하는 일이라 자칫 감정이나 혼란에 빠지면 이성을 잃을 수도 있는데 폭력시위를 주도한 사람들이 이와 같은 원인된 상황들을 스스로 조성한 것임에도 경찰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불만이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점을 국민 여러분들과 함께 공직사회 모두에게 다시 한 번 명백히 하고자 합니다.

이 점에 관해서는 정부와 시민사회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대책을 마련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정부도 이전과는 다른 대책을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최대 불행은 국민의 기본권을 하늘 같이 받들고, 공권력은 헌법과 법률의 엄격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노무현의 반대말이라 할 박근혜가 대통령에 선출돼 그 직에 앉아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삼가 백남기 농민의 명복을 빌며, 이번 참사를 계기로 주권자인 국민들이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엄중함을 깨닫게 되길 바란다.

* 뉴스타파에도 기고한 컬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