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을 정신없이 밀어 올리고 있는 이유

2016-09-11     원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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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장이 제정신이 아니에요. 가격이 단기에 너무 많이 올라 떨어질 법도 한데 계속 수요가 달라붙어요. 무서울 정도예요."

이미 역대 최고가를 넘어선 개포 주공1단지의 경우 지난달 말 조합원 평형(주택형) 배정이 끝난 뒤 이달 들어 5천만∼1억원 가량 더 올랐다. 연초와 비교하면 3억원 이상 오른 값이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매섭다. 연초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과 7월 중도금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잠시 소강상태였던 가격이 최근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고 상승폭도 커지며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 재건축 개별 호재에 가격 급등…"막차 탈까" 불안 속에서도 매수

작년 9월 3.3㎡당 1천743만원이던 서울 아파트값은 1년 만에 3.3㎡당 가격이 100만원 이상 올랐다.

서울 아파트값이 이처럼 '나홀로' 초강세인 까닭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이 견인한 영향이 크다.

개포 주공1단지는 지난달 31일 조합원 분양신청 이후 가격이 또다시 상승했다. 42㎡의 경우 지난달 말 9억7천만원에서 현재 10억7천만원으로 1억원이나 급등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재건축 시장은 2006년 호황기 때보다 열기가 더한 기분"이라며 "강남권은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보고 여유 있는 사람들이 재건축 물량을 싹쓸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저금리에 돈이 갈 데가 없어 그런지 추진속도가 빠르고 미래가치가 높은 재건축 단지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집값이 꼭대기는 아닌지, 정부의 추가 대책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추진 초기 단계인 아파트에도 투자수요가 대거 몰리고 있다.

목동 아파트 신시가지 단지도 최근 양천구청이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착수하면서 연초대비 1억∼2억원 상승했다. 목동역세권인 신시가지 7단지 89㎡의 경우 최근 8억6천만원까지 팔리면서 역대 최고 시세를 경신했다.

◇ "시장 죽이는 대책 없을 것" 기대감에 일반아파트도 동반 상승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세가 인근 일반아파트값을 덩달아 밀어 올리는 형국이지만 시장에서는 지난달 25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대책 영향도 적지 않다고 본다.

경기침체와 내년 입주물량 급증 등 시장 변화를 감안해 주택 수요를 규제하는 강력한 규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에 주택을 구입하는 수요도 늘고 있다.

강동구 고덕동 S공인 대표는 "그동안 집값이 추가 상승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으로 집을 안 사려던 사람들이 최근 들어 속속 주택 구입에 나서고 있다"며 "이번 대책에서 분양권 전매제한 등 강력한 수요 규제 정책은 배제되면서 내심 집값 하락을 우려했던 수요자들이 집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내년에는 경기지역에 입주물량이 올해보다 10만가구 이상 급증하면서 수도권 전체적으로 가격을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고 2019년부터는 서울 재건축 단지들도 속속 입주해 공급물량이 늘어난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서울 집값이 과도하게 오를 경우 정부의 수요 억제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내년 이후 수도권의 입주물량이 증가해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