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해놓고 아이는 왜 안 낳느냐고 묻지 말아 주세요

약 석 달 전쯤 술자리에서 누군가 내게 '결혼을 했는데 왜 애를 낳지 않느냐'고 물었다. 내게 물은 사람은 기혼자였고 아이를 기르고 있었다. 그리 친하지 않은 사이라 속으로 뜨악했지만 최선을 다해 답했다. 이런 세상에서 애를 낳는 게 애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좋은 아빠가 될 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결혼하기 전부터 '무자녀 가족'을 이루겠다는 내 신념은 확고했지만, 올해 들어 더욱 단단해졌다. 지난 2월 일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휴거'라는 유행어가 사용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2016-09-08     박세회
ⓒShutterstock / Oksana Kuzmina

내게 물은 사람은 기혼자였고 아이를 기르고 있었다.

결혼하기 전부터 '무자녀 가족'을 이루겠다는 내 신념은 확고했지만, 올해 들어 더욱 단단해졌다. 지난 2월 일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휴거'라는 유행어가 사용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휴거'라고 부른다고 한다.

단지 사이에 철조망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아파트 단지의 학생들은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두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한 학교의 학생 수는 약 1,200명, 다른 학교의 학생 수는 160명이라고 한다.

나는 이걸 기사화하며 JTBC가 일반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 인터뷰한 걸 봤다. 임대 아파트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일반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30년이 넘게 나로 살아와서 나를 꽤 잘 안다. 만약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가 어디선가 '휴거'라는 단어를 배워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반대로 아이가 누군가에게 '휴거'라고 부르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결혼은 했는데 왜 애를 낳지 않느냐'고 내게 물어본 그 사람에게 나는 이런 얘기까지 해가며 충분히 알아듣게 설명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그 사람은 궁금한 게 있었나 보다.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대부분 사람들은 결혼을 하면 뭔가 큰 혜택이 있을 거라고 크게 오해한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결혼했다고 국가에서 해주는 건 그리 많지 않다. 주택자금을 저리로 빌릴 수 있게 해주는 게 가장 큰 정책인 듯한데, 1인 가구를 위한 지원도 있어 큰 차이가 없다. 만약 내가 모르는 혜택이 있더라도 별로 받을 생각이 없으니 굳이 알려줄 필요도 없다. 결혼하고 애를 낳으면 그때부터 뭔가를 조금 해주는 것 같은데, 육아의 고행을 생각하면 좀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며칠 뒤 아내와 맥주를 마시다가 앞으로 누군가가 '애도 안 낳을 거면 동거를 하지 결혼을 왜 했느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겠다고 말했다.

"아내가 크게 아플 때 수술 동의서에 자신있게 사인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결혼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이다.

나는 아이를 좋아하지만 불임인지 아닌지는 검사를 받아본 적 없고,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를 존경하며, 친구가 아이를 기르는 게 힘들다면 소주 한 잔 정도 마시며 위로해줄 생각이 있다. 조카가 태어나면 거대한 유모차 정도는 사줄 생각이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복지정책에 세금이 더 필요하다면 흔쾌히 내겠으니 전화 하시라. 그러나 그 세금에 '무자녀 세'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이민을 진지하게 고려하겠다.

그러니, 이 글을 읽은 사람 만이라도 내게 '아이는 왜 안 낳느냐'고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