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의 날, 국가는 장애인을 내팽개쳤다

보건복지부가 제17회 사회복지의 날 행사를 하는 행사장 바로 바깥에서 정작 장애인들은 내팽개쳐지고 휠체어에서 떨어져 바닥을 기어야만 했다. 복지부 장관이 참석하는 자리였기에 어느 때보다 경호는 더욱 삼엄했고, 진압은 신속했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2016-09-09     비마이너

'복지를 복지로 부르지 못하는' 제17회 사회복지의 날

경찰에 둘러싸인 채 진압당하는 장애인 활동가. 경찰의 진압에 저항하며 소리치고 있다.

휠체어에서 분리된 채 경찰에 의해 끌려나오는 모습.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는 7일 오후 2시부터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여하는 제17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이 개최됐다. 복지부는 7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탄생의 순간부터 평생 동안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가 함께합니다"라는 주제로 기념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념식엔 사전에 초대된 사회복지 관련 단체장·종사자 등 700여 명이 참석하며, 159명에 대한 훈장 수여식이 진행됐다.

제17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이 열리는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앞.

경찰에 의해 진압되는 장애인 활동가.

동료 장애인 활동가가 진압당하는 것에 다른 장애인이 항의하자, 경찰이 제압하고 있다.

이들은 장애인을 의학적으로 판단하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단지 아들·딸·사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생활수급비조차 받을 수 없는 부양의무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장애등급제 폐지는 현재 중·경증 단순화로 탈바꿈하여 장애등급제의 근본 문제는 해결하지도 못한 채 외피만 갈아입었다. 전장연은 "1, 2차에 걸쳐 수십억의 예산을 쏟아부으며 시범사업을 진행했지만 결과물 하나 내놓지 못하고, 시범사업을 시작하며 내세운 생애주기별 맞춤형 서비스는 그야말로 공염불"이 됐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지난 5월엔 장애등급 재심사로 수많은 장애인이 등급 하락을 당하면서, 등급별로 주어지는 활동보조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바닥에 내팽개쳐진 장애인 활동가의 모습.

장애인 활동가가 휠체어에서 끌려 내려진 채 바닥에 주저앉아 참담함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경찰은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이 열리는 행사장과 분리된 공간 안에 장애인 활동가들을 가둬놓았다.

자립생활 예산 삭감하고 거주시설 예산은 인상하고, 시설장들에겐 '훈장' 수여

이날 경찰에 의해 잔혹하게 진압당한 문애린 전장연 활동가는 휠체어가 아닌 바닥에 주저앉아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 문 활동가는 "경찰이 얼마나 무지막지하게 끌어내고 잡아 비틀었는지, 휠체어에 올라갈 힘조차 없다"면서 "우린 목숨을 구걸하러 나온 게 아니다. 장애인이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기본적인 활동보조 예산, 꼭 제대로 반영하라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말하러 나온 거다."라고 외쳤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경찰의 무리한 진압과 내년도 장애인 예산을 규탄하며 오후 1시 20분경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예산은 삭감된 반면, '탈시설-자립생활'에 역행하는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한 운영 지원금은 늘어났다. 거주시설에 대한 총예산은 올해 4370억 원에서 4551억 원으로, 지원 시설 수는 470곳에서 485곳으로, 지원 입소자 수는 2만 4766명에서 2만 5136명으로 크게 확장됐다.

이들은 현실성 있는 예산 편성을 요구하며 지난 6일부터 청운동사무소 앞 종로장애인복지관 옥상에서 중증장애인생존권 예산 쟁취를 위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하여 농성 2일 차를 맞이하고 있다.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 이 글은 <비마이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