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붕괴론, '오보'와 '의도'의 합작품

왜 붕괴론은 반복될까? '오보'와 '의도'는 동업자다. 태영호 보도가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은 대통령의 붕괴론 발언과 통일부의 배경설명이 계기였다. 북한 보도의 국내정치적 활용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 일부 종편은 거의 하루 종일 북한을 다룬다. 국내 뉴스를 다루어야 할 시간을 북한 보도로 채운다. '관계부처'가 '확인되지 않은 첩보'를 흘리고, 정부가 주문제작한 기사가 양산되고 있다.

2016-09-01     김연철
ⓒJUNG YEON-JE via Getty Images

'만들어진 붕괴론'

최근 2년 동안 엘리트층의 탈북이 다소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외교관도 있고 무역일꾼도 있다. 그러나 과거와 비교해서 고위층의 수준과 숫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이상징후'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 2016년 상반기 탈북자 수는 749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614명)에 비해 22% 늘었으나, 2014년(731명)과 2013년(717명)과 비교해보면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왜 붕괴론은 반복될까? '오보'와 '의도'는 동업자다. 태영호 보도가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은 대통령의 붕괴론 발언과 통일부의 배경설명이 계기였다. 북한 보도의 국내정치적 활용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 일부 종편은 거의 하루 종일 북한을 다룬다. 국내 뉴스를 다루어야 할 시간을 북한 보도로 채운다. '관계부처'가 '확인되지 않은 첩보'를 흘리고, 정부가 주문제작한 기사가 양산되고 있다. 정권의 나팔수로 변한 언론과 한자리해보겠다는 관제 먹물들이 덩달아 춤을 춘다.

'있는 그대로의 북한'

붕괴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기다리는 전략'과 '전략적 인내'는 정책이 아니라, 무능 그 자체다. 현재 남북관계의 악화와 북핵 문제의 배후는 붕괴론이다. 붕괴할 것이라는 허망한 기대로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문제해결의 기회를 놓쳤다. 남북관계는 과거 냉전시대로 돌아갔고, 북한의 핵능력은 강화되었다. 붕괴론이 남긴 후유증이다.

북한붕괴론자는 곧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할 것이다. 그러나 붕괴론은 거대한 숙제를 후임 정권에 남겼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붕괴론에서 협상론으로 전환해야 한다. 붕괴론과 같은 '희망적 사고'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대면할 필요가 있다. 협상을 하려면 상대를 파악하고 의도를 분석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붕괴론으로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