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에어컨 구매기

쇼핑 같은 것 거의 안 하고 살던 내가, 최근에 인터넷으로 몇 가지 사보고 만족했던 게 화근이었다. '인터넷몰도 믿을 만해.'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언제 설치가 가능한지 이틀 안에 연락을 준다고 안내문에 나와 있었는데, 열흘이 되도록 연락이 안 왔다. 그 열흘 사이에 폭염이 덮쳤다. 화가 제법 난 상태에서 인터넷 페이지에 게시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물건 받아 설치하는 업체였다. 답을 들으니 화가 더 났다. 그 상품은 한 달 전에 품절돼, 진열품에서 빼달라고 인터넷몰에 얘기했는데 빼질 않았다는 것이다.

2016-08-23     임범
ⓒshutterstock

쇼핑 같은 것 거의 안 하고 살던 내가, 최근에 인터넷으로 몇 가지 사보고 만족했던 게 화근이었다. '인터넷몰도 믿을 만해.'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언제 설치가 가능한지 이틀 안에 연락을 준다고 안내문에 나와 있었는데, 열흘이 되도록 연락이 안 왔다. 그 열흘 사이에 폭염이 덮쳤다. 화가 제법 난 상태에서 인터넷 페이지에 게시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물건 받아 설치하는 업체였다. 답을 들으니 화가 더 났다. 그 상품은 한 달 전에 품절돼, 진열품에서 빼달라고 인터넷몰에 얘기했는데 빼질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 물건이 없다는 얘기냐' '그렇다' '주문한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왜 연락 안 했냐' '우리는 배달하는 곳이어서 연락드릴 전화번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더 따져봤자 소용없는 일.

'상품이 떨어졌는데도 인터넷 페이지에 진열해놓고 주문받고 며칠 지나 항의가 들어오면 주문 취소하라고 한다? 고가의 에어컨을 수백, 수천대씩 그렇게 주문받으면 취소할 때까지라도 돈이 고이는 거 아냐? 카드로 하니까 돈이 고이지는 않나?' 더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처음에 갔던 대형 마트로 전화했다. 같은 제품 가격이 그새 10% 가까이 올라 있었다. 그래도 살 수밖에. 밤이 늦어 다음날 갔더니 전날 전화로 물어본 것보다 값이 비쌌다. 화요일부터 주말 가격 아닌 주중 가격이 적용돼 더 비싸다고 했다.

마트를 나오면서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인생 공짜 없다'는 말도 떠올랐다. 내가 공짜 바라다가 돈과 시간을 허비해버린 미련한 구두쇠 같았다. 알뜰한 소비자가 되려고 한 것뿐인데, 소비자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민주 소비자를 지향하는 건데, 미련한 놈에 진상까지 될 뻔했다. '알뜰 소비'와 '공짜 좋아하는 마음'의, '민주소비자'와 '진상'의 경계선이 어딜까.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