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가치를 공유하자" | 스페이스클라우드 정수현 대표 인터뷰

최근 스페이스클라우드 공간 운영자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행사인 '호스트 데이'에 소위 마음씨 좋은 건물주 분들이 조금씩 오기 시작하셨어요. 이분들은 보유한 부동산 자산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기보다 자신들이 아끼는 지역에 계속해서 좋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젊은 운영자들을 찾기 위해 모임에 오시더라고요. 여기서 작은 가능성을 봤어요. '청년들에게 한시적으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빈 공간을 방치하는 것보다 낫다' 라는 공식을 만들어서 보여주는 사례를 만들고 싶어요.

2016-08-16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21세기에도 토지와 부동산은 여전히 부와 자본의 핵심입니다. 사람들의 장래희망이 '건물주'가 된 지금 상황이 그걸 여실히 보여줍니다.

[인터뷰] "공간의 가치를 지속가능하게 공유하는 솔루션을 찾고 싶어요." (스페이스클라우드 정수현 대표)

-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소개 부탁드려요.

(http://spacecloud.kr)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교육 관련 비영리 단체에서 활동하셨던 걸로 아는데, 공간 공유를 다루는 벤처 사업으로 넘어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우연히 스타트업 행사에서 크리에이터들의 '코워킹 오피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새롭더라고요. 새로운 일의 방식을 추구하는 공유 공간들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이 흥미로웠어요. 청년들이 학교와 집을 벗어나서 창의적인 에너지를 표출할 수 있는 제 3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다니다가 자연스럽게 한국에 코워킹 오피스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도 그런 공간적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공간 공유에 관련해서 어떤 사업들을 진행해오셨나요?

다양한 청년들이 쉽게 접근하게 만드는 게 핵심인데 그를 위해 중요한 것이 가성비였어요. 스페이스노아에서는 '코워킹 오피스' 프로그램으로 월 10만원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공간을 제공했어요. 물론 카페처럼 운영할 수도 있었지만 회원제를 도입해서 모인 이들을 고객이 아닌 커뮤니티 멤버로 대우했어요.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타면서 아티스트, 프리랜서부터 프로젝트 연구팀, 스타트업 , 창업 준비팀, 회사원까지 일 년에 코워커(공유사무실 멤버)로 150명 정도 만났어요. 재밌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까 공간이 더 잘 되더라고요. 처음엔 지갑 얇은 청년들이 왔지만 나중엔 투자자들, 전문가들도 알아서 오시는 거예요.

이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공간 공유 사업을 본격적으로 이어가게 됐어요. 스페이스노아에서 독립해서 나온 후로는 공간 기획부터 시도할 기회가 생겼어요. 동그라미재단의 오픈콘텐츠랩 같은 공간 나눔 사업도 '사회 공헌' 차원에서 시도해보았고, 정책 사업에 맞춰 공유 공간을 운영, 설계 해보기도 했죠. 서울시와 작업한 '청년공간 무중력지대 대방동'이 대표적인 예인데, 취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공간을 제공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촉진시키는 커뮤니티 공간 사업이에요. 100평이 안되었던 작은 시설이었는데, 개관 1년 만에 청년 회원이 2000명이 넘었어요. 청년공간의 아젠다를 갖고 현재 운영팀이 자체 법인으로 성장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요.

(www.spacecloud.kr)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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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클라우드가 공간 운영자들에게 제공하는 공유 서비스 가이드라인

- 공유도시를 만들기 위해 '공간'을 일구어나가는 이에게 유휴 공간을 살리고 유통시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현재 밀레니얼 세대라고 부르는 20,30대는 부모님 세대와 달리 인생의 모토가 "내 집 마련"이 아니에요. 오히려 소유하지 않으며 경험을 극대화하는 '라이프스타일 도시'를 꿈꾸고 있어요. 소유 중심의 정주형 도시의 강박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거죠. 우리는 이러한 흐름에서 '쉬고 있는 공간' 자원과 '필요한 공간만 쓰겠다'는 세대를 연결하는 큰 그림을 봤어요.

- 유휴 공간을 저렴하게 쓰는 사례는 이제 주변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단순히 빈 공간을 저렴하게 공유하는 방식 외에 어떤 공간 공유 사례들이 있을까요?

한 공간을 다양한 팀이 복합적으로 협업하는 모델도 재밌게 보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요일가게'나 '어쩌다가게' 같은 곳들이 공간을 공유하면서 운영, 책임도 같이 만들어가는 사례로 소개 되고 있는데요. '코워킹 오피스'와 '가구점 쇼룸'의 협업이 돋보였던 암스테르담의 '바운스 스페이스'와 같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공유가치를 만들어가는 것도 흥미롭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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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unce Space : 암스테르담에서 주목받는 공유 공간 사업 모델, 코워킹오피스와 가구 디자인브랜드 MADE, 커피 브랜드와 작은 가게 헤어샵이 협업해서 한 공간 안에 녹아 있다.

런던의 경우 빈 건물에 세금을 부과해서 도시 슬럼화를 방지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고요. (참고링크) 이 때 빈 건물이 다시 차기 전까지 지역사회와 주민 공동체를 위한 공간 콘텐츠를 만드는 '민와일 스페이스' 같은 사회적 기업이 활기차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세타가야쿠 지역에 '지역공생의 집'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빈 건물에 청년들이 들어와 가게나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주민들이 집과 가게를 공유하는 거예요. 대만 타이페이에는 아예 낙후된 공공시설 공간을 시민들이 콘텐츠로 채우는 URS 같은 프로젝트도 있어요. (참고링크)

- 그런데 공유도시나 공유 공간 담론이 경제 위기 타파를 위해 등장하면서 도시 재생 역시 결국은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죠.

최근에 원도심을 살리거나 슬럼화 된 지역에 활력을 주는 '도시재생' 사업들에 공적자금 유입과 투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도시가 다시 발전 동력을 얻고, 건물가치가 상승할 경우에 그 가치를 어떻게 배분할 것이며 그를 위해 어떠한 '룰'을 적용할 것이냐가 중요해요. 공간 자체를 재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주민들과 뭇 사람들이 높인 땅의 가치를 지역에 의미 있게 배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더 절실하다고 생각해요.

(참고링크) 공유경제의 좋은 사례로 소개할 수 있죠.

- 결국 앤스페이스 팀이 유휴 공간을 '공유'로 접근하는 건 틈새 전략이라 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한국처럼 기형적으로 독점된 토지를 매개로 부가 생산되고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상황에서는 기술이 발달하고 플랫폼이 잘된다고 해도 소액 금융(micro finance)의 공간 버전으로 가지 않을까요.

최근 스페이스클라우드 공간 운영자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행사인 '호스트 데이'에 소위 마음씨 좋은 건물주 분들이 조금씩 오기 시작하셨어요. 이분들은 보유한 부동산 자산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기보다 자신들이 아끼는 지역에 계속해서 좋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젊은 운영자들을 찾기 위해 모임에 오시더라고요. 여기서 작은 가능성을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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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클라우드 공간운영자들의 모임, 호스트 데이

이렇게 만들어지는 공간들이 있다면 스페이스클라우드는 전심을 다해 활성화를 도울 수 있을 거 같아요. 공간 공유는 단순히 "남는 공간 싸게 이용하자"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공간의 소유자와 운영자의 '공존'을 모색하는 거예요. 그럼으로써 소비자들은 지속가능하고 좋은 콘텐츠를 생활 속에서 만나게 되고 그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될 거예요.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공유 도시'의 모습이에요.

- 흥미로운 관점에서 여러 시도들을 하고 계시군요. 그렇지만 공유경제가 내포한 불안정함을 긍정적인 가능성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조건들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아요. 한국 상황에 비춰보면 낙관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잖아요.

공유경제는 '플랫폼'의 형태로 최적화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일부 시민섹터에서는 플랫폼 협동조합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공간 운용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법을 간소화할 필요도 있어요. 계약한 기간 동안엔 임차인들이 다양하게 공간을 이용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죠. 전대법을 간소화하거나 신고제를 도입하는 방식으로요.

(링크)를 배포했고, 뉴욕은 공유 플레이어를 위한 CITY GUIDE(링크)를 만들었어요.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공유 관련 액션그룹을 만들었고요. 시민섹터에서도 공유운동 단체 'The People who share'는 세계 공유의 날(Global Sharing Day)을 만들어서 많은 단체들의 공유 활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참여하게 하기도 해요. 이런 풍부하고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긍정적인 측면을 키우는 일, 그것이 공유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이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알래스카의 경우엔 석유 자원에서 나온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는데요. 공유경제 (공간 공유)와 기본소득 담론을 어떻게 연결시켜 볼 수 있을까요?

최근 실리콘밸리의 유망한 기업들을 투자했던 Y-Combinator가 기본소득으로 도시 실험을 하는 것이 유의미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했어요. 사람을 창조적으로 만드는 일, 그들을 위한 도시를 상상하며 투자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링크)

- 앤스페이스의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런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토지'라는 특수한 재화에 대한 견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공간을 '재고형 상품'이 아니라 '순환형 자원'으로 해석해요. '토지 가치'가 건강하게 공유되는 구조에 집중하는 것이죠. 이러한 해석이 공유도시 사회에서 공간사업을 벌이는 데에 필요한 관점을 제공해줍니다. 공간 자원을 어떻게 잘 순환시킬 것이며, 여기서 발생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소유자, 운영자, 사용자가 공유할 수 있도록 서비스할 것인가가 우리의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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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클라우드 운영팀 / 앤스페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