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만에 짜장면 처음 맛본 지적장애인이 남긴 말

2016-08-14     원성윤
ⓒ연합뉴스

가족의 품에 안긴 고씨에게 지난 한 달의 '바깥 세상'은 꿈만 같았다.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다.

지난 한달 고씨는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고, 음식점에서 외식을 했으며, 장날 전통시장을 구경했고, 선풍기 바람을 쐬며 TV를 시청했다.

일반인에게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6.6㎡ 쪽방 생활을 하며 철저히 바깥세상과 단절됐던 고씨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고씨는 시장에 나온 떡, 통닭 등 푸짐한 음식과 다양한 공산품을 보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이날 고씨를 미용실에 데려갔다. 깔끔하게 이발을 마친 후에는 중국 음식점에서 짜장면을 먹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며 순식간에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이른 아침 갑자기 사라진 고씨를 찾느라 마을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지만, 감기약을 사서 아무렇지 않은 듯 집으로 돌아온 그를 본 주민들은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반겼다.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있던 고씨는 방에서도 양말까지 챙겨 신은 깔끔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누나는 "동생이 마을 슈퍼마켓에서 담배를 많이 사다 피운다"며 고씨를 걱정했다.

말수가 거의 없는 고씨였지만, 가족과 함께 지내 행복하다는 감정 표현만은 분명히 했다.

청주시 오송읍 고씨 집 대문 앞 그의 가족 신발들.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고씨가 인사성이 밝다고 입을 모았다.

고씨 가족을 돌보고 있는 고종사촌 김씨는 "육체적, 심리적 상태 모두 한 달 동안 몰라보게 좋아졌다"면서도 "실종됐던 19년동안 가족의 보살핌을 받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인지능력이 좋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지난 1997년 여름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고씨는 소 중개인에 의해 청주시 오창읍 김모(68)씨 축사로 와 강제 노역했다.

고씨가 19년 동안 생활한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축사 쪽방.

경찰은 지난 8일 고씨를 강제노역시킨 혐의(중감금) 등으로 김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부인 오모(62·여)씨는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