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외교, 더민주 초선의원들처럼만 안하면 된다

2016-08-11     김수빈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8일 중국으로 떠났던 더민주 초선의원 6명이 10일 귀국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사드대책위 간사(왼쪽에서 세 번째)등 초선 의원 6명이 10일 오후 귀국 직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른쪽부터 소병훈 신동근 박정 김영호 김병욱 손혜원 의원

그런데 국내외의 반응은 김 의원의 자평과는 너무나 다르다. 이번 '사드 방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은 당사자들과 이번 방중이 "양국 외교관계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는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 뿐이다.

정작 중국의 반응은 떨떠름했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이날 “더민주 의원들이 방중 기간에 언행을 자제하더니 3줄짜리 발표문을 내고 줄행랑을 쳤다”고 보도했다. 더민주 의원들이 방중 기간 중 ‘사드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것을 기대했다가 민감한 발언을 피하는 모습만 보이자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한국일보 8월 10일)

비공개 토론회 내용을 기자들에게 공개하여 도리어 중국 측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데다가 심지어 그 발언마자도 진위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중국 측의 항의는 이날 저녁 TV 뉴스가 방영된 직후 나왔다. 본지 취재 결과 왕둥(王棟) 베이징대 부교수 겸 판구연구소 비서장은 방중단 대표격인 김영호 의원에게 전화를 걸고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 정부가 조·중 동맹 복원으로 맞설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사실 관계를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왕 교수는 토론회 발언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깬 데 대해서도 항의했다. (중앙일보 8월 11일)

김 의원은 "신 의원에게 확인했더니 북중 혈맹 발언은 9일이 아닌 8일 베이징대 교수들과 토론회에서 들은 말이라고 한다"고 해명했다... 김영호 의원도 "베이징대 토론회에서도 북·중·러와 한·미·일이 대결하는 신냉전 구도로 갈 수 있다는 발언은 들었지만, 혈맹 이야기는 솔직히 들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8월 11일)

경력상 외교안보에 문외한인 신 의원이 국제적으로 큰 파장을 부를 수 있는 ‘북·중 혈맹 복원설’을 퍼뜨린 진의를 알기 어렵다. 중국 정부의 보복 의지를 조작해서라도 한국인에게 알리고 싶어서였는지, 상대방의 발언을 제대로 이해할 능력이 없어서였는지, 아니면 뭔가 한 건 터뜨려 유권자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포퓰리즘이었는지 가려내야 한다. 본인의 해명과 사과, 문책이 반드시 필요한 대목이다. 그 어떤 경우든 한국 국회의원의 수준과 자질을 중국에 가서 얕보인 수치스러운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중앙일보 8월 11일)

중앙일보의 비난은 과도하다. 해당 의원들도 일방적으로 중국의 입장에 찬동하는 것은 아닐 터.

그러나 양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나라의 의원들이 제대로 세워진 중지도 없이 그저 분위기에 휩쓸려 돌아다니게 되면 어떠한 상황을 맞게 되는지에 대한 교훈은 충분히 되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