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 만들기

민족이라는 개념이 발명되었고, 우리는 이제 효용가치가 사라진 중국발(發) 기자(箕子)를 대신할 시조로서 단군을 발견하게 되었다. 단군은 중국적인 커넥션이 없는 존재로서, 신채호를 비롯한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추존된 민족의 새 시조였던 것이다. 단군은 <삼국유사>에 기록된, 그리고 기자보다 훨씬 오래된 유일한 인물이었다. 오늘날 한국인들이 단군을 자신의 시조로 생각하는 것은, 이처럼 불과 백여 년 전 일군의 지식인들에 의한 창조의 결과일 뿐이다.

2016-08-08     최범

이는 오늘날 우리가 미국과 정신적으로 동질적인(?) 의식을 가지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조선은 중국의 작은 집으로서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당연했던 것이다. 이를 오늘날 사대주의라고 비판하는 것은 사실 일본의 계략이 크게 작용한 것이지, 그리 적실한 것은 아니다. 물론 오늘날 관점에서 그 시대를 달리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에 기록된, 그리고 기자보다 훨씬 오래된 유일한 인물이었다. 오늘날 한국인들이 단군을 자신의 시조로 생각하는 것은, 이처럼 불과 백여 년 전 일군의 지식인들에 의한 창조의 결과일 뿐이다.

분명한 것은 오늘날 한국인들이 끔찍하게 믿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가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조상을 만들어왔고 갈아치워왔다는 사실이다.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상 만들기는 생물학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학의 문제라는 것, 이것이 바로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바이다. 그러니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 뭔지 모르는 민족에게 바로 지금 현재가 없다는(현재를 모른다는 의미에서) 놀라운 사실 하나가 주어져 있을 따름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