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유령

얼마 전에는 좋아하던 사람이 발을 동동 구르며 연락이 왔다. 메갈 옹호하는 거니? 어서 아니라고 말해. 안 그러면 고립될 거야. 내가 왜 해명해야 하는가? 절대로 안 할 거다. 왜 내가 미디어에서 멋대로 붙이는 스티커를 떼어내야 하는가? 어차피 스크린 속의 스티커일 뿐인 걸? 자기 눈에 낀 눈곱부터 떼길 바란다. 일베, 페이스북 고소자료를 정리하며 보는 댓글들이 참 재밌다. 크게 세가지 타입. 1. 알고보니 종북. 2. 알고보니 메갈. 3. 종북도 꼴페미도 아니고 그냥 관심종자다.

2016-08-05     홍승희

이런 사람도 있었다. 당신, 정치하려는 건가? 그렇다면 종북이 아니라고 해명해 보게. (그는 교수고, 더민주당에서 활동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이다.)

내가 왜 해명해야 하는가? 절대로 안 할 거다.

어차피 스크린 속의 스티커일 뿐인 걸?

일베, 페이스북 고소자료를 정리하며 보는 댓글들이 참 재밌다.

관심병환자 메갈 종북!! 으아앆!

나는 지금 인도 다람살라의 산맥이 보이는 카페에 앉아 땅콩 타르트와 커피를 마시면서 글을 쓰고 있다.

그것은 다행이면서도 슬픈 일이다. 움직이고 있는 오늘 내 삶은 스크린 속에 나타나기 힘들다. 대신 그 전에 이름 붙여졌던 유령들이 나를 대신한다. 스크린 속 유령이. 나는 사람인데.

세계는 끊임없이 더럽고 위험한 대상을 만들어낸다. 그 대상은 이름만 바꿔서 사회를 `유령`처럼 떠돌아다닌다. 있지도 않은 김치녀를 혐오하듯.

유령을 말하지 말고, 당신의 삶을 말해주길. 진정한 무엇이나 이론, 운동의 전략 따위 말고. 당신의 삶을 말해달라. 당신의 구체적인 오늘을 나눠달라. 나도 내 삶을 말할 테니.

* 글과 그림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