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두 세상 속의 두가지 삶, 그리고 청년수당

서울시가 분석한 지원서 내용을 살펴보면, '졸업 직후 취업 실패로 인한 자신감 상실 → 취업 실패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 경제적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단기 아르바이트 → 불규칙한 삶의 패턴 가속화, 낮은 임금으로 인한 다수의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로 일상생활 붕괴 → 부족한 시간, 무너진 삶의 패턴으로 취업 준비 실패'라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실상을 생생하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정책결정권을 쥐고 있는 지금의 부모세대가 살아왔던 청춘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인 것이다.

2016-08-04     김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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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서 내용을 심사한 관계자들에 의하면 접수된 사연들이 하나같이 절박하고 절절하여, 기본적인 서류미비 등을 제외하면 6000여명 가운데 누구를 제외할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시 청년수당 지급에 대한 복지부의 저지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복지부는 서울시가 지원 대상자 발표를 하는 동시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사업을 직권 취소해 집행을 막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악순환의 덫에 걸린 청년들의 삶

그런데 복지부가 이처럼 전례없이 지자체의 정책시행을 가로막고 나서는 명분은 무얼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논리는 이른바 '복지 포퓰리즘'이다. 청년 문제의 심각성이라는 시류에 기대어 재정여력 등을 감안하지 않고 시류 영합적인 정책을 편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포퓰리즘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들이대기 이전에 확인할 것이 있다. 복지부나 중앙정부의 정책결정권을 쥐고 있는 기성세대가 과연 현재 청년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얼마나 제대로 공감하고 있을까? 우리 사회의 중심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는 부모세대는 자신의 청년 시절 경험에 의지해서 지금 청년들의 삶을 과연 공감해낼 수 있을까?

그러나 (지금 이삼십대 청년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2005년 이후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 매킨지 보고서의 지적이다. 최근의 사회인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소득이 늘어나는 것은 고사하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거나 줄어든 경우가 무려 65~70퍼센트에 달하며, 특히 청년들이 그 정도가 심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정부가 (지금 논쟁이 되고 있는 청년수당과 같은 종류의) 각종 복지정책을 시행하여 그 비율을 20~25퍼센트로 줄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보고서는 강조한다. 다시 말해 지금의 상황은 젊어서 어렵게 시작한 사회생활이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어려워질 확률이 높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나마 정부 복지정책으로 다소 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지'가 아니라 '공감'이 필요한 때

그렇기 때문에 기성세대의 눈에 포퓰리즘으로 보일 수도 있는 정책이 사실 청년들에게는 극히 미흡한 임시처방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성찰해봐야 한다. 자신들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 자신의 경험적 잣대를 들이대며 포퓰리즘 운운하는 것은 부모세대로서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있는 태도가 명백히 아니다. 중앙정부와 복지부의 의사결정권자들은 우선 지금 청년들이 살고 있는 세상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