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인간의 뇌 속에 살고 있다

최첨단 뇌영상 기술을 사용해 명상에 빠진 스님이나 깊은 기도에 몰두한 수녀의 뇌를 조사했다. 그들이 명상에 깊이 몰입하면 뇌활동엔 비정상적 변화가 일어났고, 초월적인 종교적 경험을 아주 생생한 현실처럼 인식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실제로 현실에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는데도, 즉 외부 자극이 없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마치 무언가가 존재하는 것처럼 생생한 각성을 경험했다. 그들은 영적 체험을 하는 사람의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는 전두엽과 사고 기능을 조절하는 하두정엽이 나란히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떤 종교를 믿느냐에 관계없이, 영적 체험을 하는 사람의 뇌활동 상태는 거의 비슷한 변화를 보인다.

2016-08-01     정재승
ⓒShutterstock / Jesus Cervantes

정재승의 영혼공작소 | 신경종교학

종교가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뇌피질이 더 두껍단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정신과 미나 와이스먼 교수 연구팀이 성인 남녀 103명의 뇌를 분석하고 그들의 종교활동 유무를 알아본 결과 밝혀낸 사실이다. 그것도 정신의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저널인 '미국의학협회 저널: 정신의학'(JAMA Psychiatry)의 까다로운 심사를 모두 통과해 2014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말이다.

추론해보자면 이렇다. 원래 인간의 뇌는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싫어하고, 분명하고 예측 가능한 것을 좋아한다. 그것이 생존에 유리하므로. 따라서 인간의 뇌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무진 애를 쓰는데, 우리가 주변을 끊임없이 살피고 타인으로부터 정보를 꾸준히 얻고 책들을 독파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종교가 뇌에 미치는 영향 연구

신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우리는 신의 존재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왜 우리는 항상 우리보다 더 큰 어떤 존재와 연결되기를 그토록 소망하는 것일까? 이 문제를 놓고 종교학자와 철학자, 물리학자, 심리학자들은 오랜 시대를 거쳐 열띤 논쟁을 벌여왔다. 이제 이 논쟁에 신경과학자들이 합류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런 불경스런 연구를 하는 신경과학자들이 모두 무신론자는 아니다. 우리 몸에 종교를 추구하는 생물학적 구조물인 뇌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신의 존재가 부정되거나 종교의 가치가 폄하되지는 않는다. 뇌의 생물학적 구조와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 신을 만들어냈을 수도 있고, 신이 자신을 숭배하도록 인간들의 뇌를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두 시나리오 모두 가능하다.

사실 이 질문은 답하기 쉬운 게 아니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보자면, 무언가를 의심하는 태도가 생존에 유리할 텐데, 보이지 않는 상상의 산물을 쉽게 믿는 구조를 뇌가 생물학적으로 타고났다면 그 이유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말한 것처럼, 상상력을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인류의 발전에 기여했던 것일까?

초월적 경험도 신경학적 관찰 가능

뉴버그와 그의 동료는 최첨단 뇌영상 기술을 사용해 명상에 빠진 스님이나 깊은 기도에 몰두한 수녀의 뇌를 조사했다. 그들이 명상에 깊이 몰입하면 뇌활동엔 비정상적 변화가 일어났고, 초월적인 종교적 경험을 아주 생생한 현실처럼 인식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실제로 현실에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는데도, 즉 외부 자극이 없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마치 무언가가 존재하는 것처럼 생생한 각성을 경험했다. 그들은 영적 체험을 하는 사람의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는 전두엽과 사고 기능을 조절하는 하두정엽이 나란히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떤 종교를 믿느냐에 관계없이, 영적 체험을 하는 사람의 뇌활동 상태는 거의 비슷한 변화를 보인다.

이 연구는 <뉴스위크>의 표지를 장식하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언론이 그의 연구결과를 확대해석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신화를 만들어내게끔 프로그램되어 있다거나, 종교적 무아지경과 성행위의 오르가슴 사이에는 어떤 진화론적 관계가 있는 건 아닌지 추측들이 쏟아졌다. 죽음에 다다르는 체험은 영적 현상의 본질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 종교의식은 나름의 신경학적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내는가와 같은 질문들도 신경과학 분야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뒤이어, 위스콘신대학 리처드 데이비드슨 교수는 명상에 들어가면 이마 바로 뒷부분인 전전두엽피질에서 오른쪽은 활동이 떨어지고 왼쪽은 활동이 늘어나는 현상을 발견했다. 오른쪽 전전두엽피질은 스트레스와 싸우는 작용을 하고 왼쪽은 만족감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인위적으로 영적 체험 반복할 수도

오히려 주목할 만한 연구는 지난해 영국 요크대학 이즈마 교수와 그의 동료들이 한 실험이다. 그들은 강력한 자기장을 우울증 환자들에게 가했더니, 종교적 믿음이 줄어드는 현상을 관찰했다. '후방 내측 전두엽 피질'(posterior medial frontal cortex)에 자기장을 받는 39명의 피험자들은 실험 후 신이나 천사, 천국과 같은 것들에 대한 믿음이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죽음 후에 대한 불안으로 그것을 믿었었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1885년, 철학자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그 시대의 합리주의자들은 신이 비과학적인 과거의 잔재이며 종교적 믿음은 미신과 자기기만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합리주의자들은 인간의 이성으로 비합리적인 미신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러한 자신감이 니체의 선언으로 표출됐다.

앤드루 뉴버그는 자신의 책에서 그 생명력의 뿌리가 신비 체험에서 온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논리와 이성을 초월하는 신비 체험은 시대와 문화와 종교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난다. 그리고 신비 체험이 존재하는 한, 신과 종교는 사라지지 않는다.

아직은 신경종교학이 어떻게 뇌가 신을 만들어냈는지에 대해 대답해주진 못하지만 대뇌 자극을 통해 신비 체험을 재현하거나 영적 체험을 반복적으로 유발할 수 있다면, 신의 신비는 한꺼풀 벗겨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다고 종교가 사라지진 않을 테고, 우리는 다른 편리한 변명을 찾아내 여전히 종교를 추구할 이유를 만들어내겠지만 말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