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6-07-26     강병진

친구가 승진을 했다. 축하한다며 뒤통수를 너무 세게 때렸다. 축하하려고 했던 건데 난감하다. 다이어트 중에 동생이 치킨을 시켰다. 절대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손은 닭다리를 들고 있었다. 평소 철저하게 지키던 다이어트 규칙을 한 순간에 무너뜨렸다. 나의 행동은 쉴 틈 없이 이어진다. 그런데 그 행동을 한 이유가 설명이 안 될 때가 종종 있다. 모든 행동이 설명이 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설명이 가능한 행동도 꽤 된다. 학자들의 연구 덕분이다. 그 중 4가지 설명을 살펴보자.

1. 보상과 동기

“이미 여러 차례 연구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동기부여만이 사람들로 하여금 건강에 나쁜 행동을 그만두게 할 수 있다. 통제 당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보상을 부여하고 자발적으로 동기를 부여 받아서 체중 감량에 도전했다면 성공 확률이 더 높고 2년 후에도 몸무게를 그대로 유지할 확률도 높다는 윌리엄스와 동료들의 연구 결과를 떠올려보자.” (책, '마음의 작동법', 에드워드 L. 데시, 리처드 플래스트 저, 이상원 역)

2. 뇌 – 자유의지

“21세기의 뇌과학의 발전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자유의지와 개인적 책임이라는 케케묵은 이야기들에 대해 새삼 우려하게 만든다. 그 논리는 다음과 같다. 뇌는 마음을 결정하는 물리적 실체이며, 물리세계의 규칙에 의해 결정된다. 물리세계는 결정되어 있어서 우리의 뇌 또한 결정된다.” (책 '뇌는 윤리적인가', 마이클 S. 가자니가 저, 김효은 역)

뇌 속의 신호체계와 신경전달물질의 전달은 행동을 유발한다. 뇌 속의 물질은 자극에 반응해서 움직인다. 자극이 오면 뇌가 결정을 내리고 우리는 뇌의 결정을 수행한다. 뇌가 시키면 행동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때도 있다. 자유로운 행동이 그것이다. 이런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은 어떤 원리로 작동하게 되는 것일까? 행동은 내가 하는 것일까, 뇌가 하는 것일까?

3. 진화 - 본능

“인간은 본능이 다른 동물들보다 적은 탓에 만물의 영장이 된 게 아니라, 훨씬 더 많은 탓에 만물의 영장이 되었을지 모른다. 공구 상자에는 드라이버, 망치, 드릴, 니퍼, 렌치, 톱 같은 다양한 연장들이 빼곡히 들어 있어서 갖가지 작업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마음에는 얼굴을 판별하는 본능 같은 다양한 본능들이 빼곡히 들어 있어서 생존과 번식에 관련된 여러 가지 과제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책 '오래된 연장통', 전중환 저)

오랜 기간 동안 인간은 동물에 비해 본능에 덜 지배 받는다고 여겨졌다. 본능 대신 이성으로 행동을 조절하고, 그렇기에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활발해지는 진화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믿음과는 정반대로 나오고 있다. 오히려 인간이 동물보다 무수히 많은 본능들에 의해 행동한다는 것이다. 모든 상황에 이성적으로 대응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피곤하게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가끔 본능대로 행동하는 이유다.

4. 아니면 혹시 기생충?

“곤충은 보통 물에 자발적으로 빠지지 않으며, 오히려 물을 피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우연히 곤충이 물에 빠져 주기를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연가시는 곤충의 신경계에 작용하는 특정 단백질을 분비해 물에 빠져 죽게 만든다.” (책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정준호 저)

사이언스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한 연구에서 분노조절장애와 기생충의 상관관계가 밝혀졌다고 한다. 톡소포자충의 경우에는 정신분열증이나 교통사고 발생률과 관련 있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인간만이 대상은 아니다. 귀뚜라미가 물에 뛰어들어 자살하는데 그 배후에는 연가시가 있다. 이를 모티프로 사람에게 적용한 영화 '연가시'는 강한 공포감을 안겨주었다. 기생충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사랑에 빠지게 하는 기생충, 다이어트에 실패하게 만드는 기생충 등 다양한 연구 결과가 등장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