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게가 만화방이 되기까지

서울역과 영등포역 근처에는 아예 숙식이 가능한 만화방도 생겨났다. 샤워실과 개인 락커가 있고, 수면실도 따로 있었다. 그런 만화방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가 본 것은 친구 때문이었다. 친구가 술집에서 일하다가 싸움이 났고, 상대가 부상당해 입원한 것을 알고는 도망쳐 다니고 있었다. 어떻게 연락이 되어 만나기로 했는데, 그때 그 녀석이 숨어 있던 곳이 서울역 앞 만화방이었다. 말로는 아주 좋다고 했다. 잠도 자고, 샤워도 하고, 마음대로 만화도 보고 TV도 볼 수 있다고 했다.

2016-07-22     김봉석
ⓒ장미빛 인생

이 창간한 것은 1984년의 일이다. 대학에 들어간 85년부터는 한국 만화가 붐을 이루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보는 만화잡지밖에 없던 상황에서 <만화광장>에 이어 주간지인 <매주만화>, <주간만화>, <미스터블루> 등이 연이어 만들어지고 이현세, 허영만, 고행석, 이재학, 김혜린, 신일숙 등 다양한 장르의 뛰어난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작품을 발표했다. 그리고 일본 만화들이 번역되어 만화가게에 대규모로 깔리게 되었다.

서울역과 영등포역 근처에는 아예 숙식이 가능한 만화방도 생겨났다. 샤워실과 개인 락커가 있고, 수면실도 따로 있었다. 빈궁하여 여인숙을 빌리기에도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그곳에 기거하면서 일을 나갔다. 그런 만화방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가 본 것은 친구 때문이었다. 친구가 술집에서 일하다가 싸움이 났고, 상대가 부상당해 입원한 것을 알고는 도망쳐 다니고 있었다. 어떻게 연락이 되어 만나기로 했는데, 그때 그 녀석이 숨어 있던 곳이 서울역 앞 만화방이었다. 말로는 아주 좋다고 했다. 잠도 자고, 샤워도 하고, 마음대로 만화도 보고 TV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 친구와 함께 가 봤지만 그냥 만화방이었다. 학교 앞 만화방보다 훨씬 크고, 그런데도 이상하게 음침한 느낌이 드는 공간. 어른의 공간이기는 했지만 굳이 들어가고는 싶지 않은 공간.

* 이 글은 필자의 저서 <내 안의 음란마귀>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