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히로시마공항 사고 '자동화 의존'의 경고?

항공운항은 자동운전(오토파일럿), 자동착륙(오토랜딩) 시스템 등 자동화 의존이 높은 분야다. 편리하고 안전하지만 자동화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한 채 수동 조종능력이 퇴화하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2013년 7월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 착륙하다가 활주로 앞 방파제를 들이받으면서 3명의 승객이 숨진 아시아나항공 214편 사고, 2009년 2월25일 네덜란드 스키폴공항에 착륙하다가 9명의 사망사고를 낸 터키항공 1951편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2015-04-21     구본권

14일 일본 히로시마공항에 착륙하다 활주로를 이탈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162편, A320기) 주변을 15일 일본 경찰이 현장 검증하고 있다.

조사가 진행 중이라 사고 원인이 공식 발표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이번 착륙사고는 악조건의 기상상황과 함께 자동화 기기에 대한 의존이 사고 배경으로 거론된다. 니컬러스 카가 <유리감옥>에서 역설한 자동화 기술 과잉의존에 따른 위험성을 드러낸 사례로 지목된다.

위험하고 복잡한 일을 사람이 처리할 필요 없이 컴퓨터와 알고리즘에 의해 '안전하게'수행되도록 하는 '자동화'는 기술의 미래다.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런 머스크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대중화되는 미래에는 "인간이 자동차를 모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로 이를 불법화하는 세상이 올 수 있다"고 지난달 한 행사에서 발언했다.

자율주행 기술발전은 눈부시다. 2004년 미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가 첫 무인자동차대회를 열었을 때만 해도 132㎞ 완주에 성공한 팀이 없었지만, 2014년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는 110만㎞ 무사고운행에 성공했으며 세계 주요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엘리베이터도 오늘날처럼 대중화되기 이전에는 운전원이나 안내원이 탑승해 조작을 전담했다. 무인운전과 자율운행은 자동차에서는 실험단계이지만, 항공과 우주 분야에선 이미 실용화된 기술이다. 사람이 탑승해 조작하기에는 너무 위험하고 조작 미숙과 실수로 일어나는 결과가 치명적이라는 환경이 만들어낸 자동화·무인화 기술이다.

에 따르면 지난 14일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된 무인 우주화물선 드래건이 국제우주정거장에 에스프레소머신 등 2t의 물품을 배달하는 데 성공했다. 일런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 우주선 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X)가 미 항공우주국(NASA)와 맺은 12회 우주정거장 화물운송 계약에 따른 사업의 일환이다. 자동화와 무인조종이 우주선에서 실용화된 것을 고려하면 일반 비행기나 드론과 같은 무인항공기에 유사한 기술이 적용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2013년 7월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착륙과정에서 3명이 숨진 아시아나항공 214편. 위키피디아

2009년 2월25일 네덜란드 스키폴공항에 착륙하다가 9명의 사망사고를 낸 터키항공 1951편. 위키피디아

은 항공사고 조사전문가들이 아시아나 214편 사고를 전형적인 '자동화 중독(automation addiction)' 사고로 본다고 보도했다.

2009년 1월15일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미국 유에스(US)에어웨이스 1549편. 위키피디아

자율운행 자동차는 머지않아 실용화되겠지만 그렇더라도 상당기간 사람의 운전 기술은 중요한 가치를 지닐 것이다. 니컬러스 카는 <유리감옥>에서 "노동력을 줄여주는 기계는 일을 대체하는 역할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일하는 사람들의 역할, 태도, 기술을 포함해서 전체적인 일의 성격을 바꿔놓는다"고 말한다. 카는 "자동화에 대한 안심(의존)과 편향(맹신)은 과실과 태만이라는 그릇된 행동에 빠지게 한다"고 지적했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