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웨이츠, 가장 특별한 평범함

뮤지션이자 배우인 톰 웨이츠는 이른바 '아티스트들의 아티스트'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이름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 자신보다도 유명한 팬들을 잔뜩 거느리고 있다는 뜻이다. 언젠가 영화감독 짐 자무시는 "톰 웨이츠의 음악을 모른다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잃고 사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2016-07-14     정준화

그런데 내가 진심으로 감탄하는 부류는 사실 따로 있다. 평범한 옷을 전혀 평범하지 않게 소화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능력은 제2외국어처럼 노력으로 연마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차라리 카니에 웨스트(미국의 힙합 뮤지션 겸 디자이너로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는 것으로도 유명함)의 나르시시즘처럼 타고난 자질에 가깝지 않을까? 내 옷장에도 검은 재킷, 검은 바지, 그리고 흰 셔츠는 언제 이렇게 사들였나 싶을 정도로 여럿이다. 해리 포터의 투명망토같이 존재감을 안전하게 지워주는 차림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나와 별다를 것 없이 밋밋하게 걸치고도 괴상하고 근사하게 도드라지곤 한다. 로버트 메이플소프가 촬영한 <호시스>(Horses) 앨범(펑크록의 대모로 불리는 패티 스미스의 데뷔 앨범) 커버의 패티 스미스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예다. 한 명을 더 보탠다면? 여기서는 <스몰 체인지>(Small Change) 재킷 속의 톰 웨이츠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톰 웨이츠의 네번째 앨범 <스몰 체인지>(Small Change) 재킷.

는 그의 통산 네번째 앨범이다. 데뷔 무렵만 해도 요철이 많지 않던 목소리는 이미 완연하게 거칠어진 상태다. 사진가 조엘 브로드스키가 촬영한 커버는 무대 뒤의 허름한 대기실 풍경을 담고 있다. 배경에서 나른하게 눈을 굴리는 스트리퍼(이후 섹시한 뱀파이어 캐릭터로 스타덤에 오르게 되는 커샌드라 피터슨이 모델로 등장했다)는 공연장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해주는 단서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