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사건, 앞으로 7일

노태우 정부 시절 수서 사건, 뇌물외유 사건 같은 정치인 뇌물 사건 수사를 두고, '황금분할'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정부·여당을 보호하면서 여론의 비난을 무마할 최적의 비율로 여당 정치인과 야당 정치인을 섞어 사법처리한다는 말이다. 정치인이라는 이름으로, 여야 뒤섞여서 한꺼번에 처리된다면 어떨까. 실제로 이완구 총리가 소환되지 않은 상태에서 야당 정치인의 혐의가 검찰에서 새어나오고, 결국 대통령 귀국 뒤에 여야 정치인 뒤섞여 처리되면서 또다시 '황금분할' 같은 말이 나돌게 되지는 않을까.

2015-04-21     임범
ⓒ연합뉴스

그런데 몇 가지 변수가 생겼다. '죽은' 성완종씨가 언론사에 남긴 기록이 다 공개됐다.(축적된 뉴스가 동이 났다.) 그와 동시에 대통령이 출국했다. '산' 이완구 국무총리의 거취에 대해 "귀국 후 매듭짓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니 그동안 이 총리가 검찰에 소환되는 일은 없을 듯하다.(같은 기간 동안 총리 관련 기사를 검찰에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노태우 정부 시절 수서 사건, 뇌물외유 사건 같은 정치인 뇌물 사건 수사를 두고, '황금분할'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정부·여당을 보호하면서 여론의 비난을 무마할 최적의 비율로 여당 정치인과 야당 정치인을 섞어 사법처리한다는 말이다. 검찰이 여야 정치인 비율을 의도적으로 맞췄다는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음에도, 이런 표현이 나돌았다는 건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 혹은 냉소가 그만큼 보편화돼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성완종 사건은 어떤가. 물론 야당 정치인의 혐의가 나오면 수사해야 한다. 혐의 이전에 단서라도 나오면 해야 한다. 그러나 시작한 곳에서 한번 매듭짓고 더 확대되는 것과, 시작한 지점 자체를 뭉개버리는 건 다르다. 여론의 공분을 살 만한 의혹을 받는 사람의 혐의 유무가 정확하게 가려지고, 혐의가 있을 경우 사법처리되는 과정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임을 확인한다는 의미가 있고, 그 점에서 교육적 효과도 있고, 또 유사한 사태를 예방하려면 제도적으로 뭘 해야 하나에 대한 단서도 줄 거다. 의혹을 사고 있는 이가 총리, 도지사, 대통령 비서실장 등등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큰 비리 사건이 자주 터져 나오는 사회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하지만 비리의 크기나 빈도보다 한 사회의 건강함을 진단하는 더 중요한 잣대는 비리 사건에 대한 사법처리 과정이 얼마나 구성원의 신뢰를 얻느냐일 거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