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경상 지역 평양냉면 명가 7곳에 직접 가봤다(사진)

2016-07-14     박수진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식도락 여행자이기도 했던 시인 백석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홀로 떠나는 평양냉면 여행은 쓸쓸함과 가벼운 흥분을 동반한다. 면의 목넘김이 어색하다는 둥, 육수의 맛이 얄팍하다는 둥 수다 떨 친구가 없어 외롭긴 하지만 평양냉면 명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혀는 달아오른다. 서울 평양냉면 명가도 울고 갈 지역의 명가를 찾아 남쪽으로 길을 떠났다. 지난 7일 서울역, 기차에 몸을 실었다. 비가 온다는 예보는 빗나갔고 태양은 세상을 집어삼킬 태세였다. 이가 시리도록 시원한 평양냉면 한 젓가락이 미치도록 그리운 날이었다.

지역 명가의 가장 큰 특징은 창업자의 고향이 북쪽이고, 자손들이 가업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대전 ‘숯골원냉면’ 창업자 박근성(91)씨의 고향은 평양이다. 대구의 ‘부산안면옥’도 평양에서 내려온 이들이 열었다. 대전의 ‘사리원면옥’과 ‘원미면옥’의 창업주 김흥수(작고)씨와 이정삼(작고)씨는 황해도 출신이다. 한국전쟁 전후로 남쪽으로 내려온 이들에게 평양냉면은 그리운 고향이었으며,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끈끈한 동아줄이었다. 이런 정서는 남한 사람들의 평양냉면에 대한 폭발적인 애정과 결합되면서 가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1. 대전 신성동 ’숯골원냉면’ 꿩냉면

2. 대전 대흥동 ’사리원면옥’

3. 대전 비룡동 ’원미면옥’

4. 대구 공평동 ’부산안면옥’

5. 대구 계산동 ’대동면옥’

대구 명가들은 ‘냉면 계보학 놀이’를 하기도 좋다. 대동면옥 창업주는 부산안면옥 창업주인 방씨 부친의 외삼촌이었다. 사정이 생겨 대동면옥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고, 지금 주인은 이은경(48)씨다. 두 식당 주인에게 서울에 입성해도 경쟁력 있겠다고 하자 같은 답이 돌아왔다. “냉면은 섬세한 음식이라서 여러 곳에서 운영하면 맛이 변한다.”

6. 경주 노동동 ’평양냉면’

7. 영주 풍기읍 ’서부냉면’

이틀간 평양냉면의 향연에 푹 빠졌다. 9그릇 이상을 비웠다. 백석은 옳았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