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증발'

최근 광주에 문상을 다녀온 지인이 전해준 이야기는 더 씁쓸하다. 장례식장 인테리어가 화려하기에 의아해서 물었더니 결혼식장을 용도 변경한 것이라고 하더란다. 전라도만이 아니다. 부산에도 이런 곳이 적지 않다. 포항에서는 한 웨딩홀이 장례식장으로 용도변경을 추진하자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 지역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청년 인구가 줄고 만혼과 비혼이 늘면서 지방에서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2016-07-12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Gettyimage/이매진스

글 | 최해선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선임연구원

지방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저출산으로 인해 문을 닫는 산부인과가 늘면서 임신부가 정기검진이나 출산을 위해 몇 시간씩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만혼과 노산이 증가하면서 응급상황 발생 가능성이 커졌지만,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가 부족하고 전문의도 줄고 있어 산모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군포 구도심에는 몇 년 전부터 동네마다 염색방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경기가 어려워 오래 동안 비어 있던 상가에 그나마 들어서는 것이 노·장년층을 겨냥한 염색 전문점이다. 5천원에서 1만원을 받고 염색만 해주는 공간인데, 노인시설이 없는 주택가에서는 사랑방 노릇까지 톡톡히 한단다.

한국은 세계 저출산율 1위(1.24명) 국가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인구감소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소멸을 맞이하는 국가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고령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2000년부터 65세 노인 비율이 전체인구의 7% 이상 되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정부가 발표한 고령사회(노인 비율이 14% 이상) 진입 시기는 2018년에서 최근 2017년으로 당겨졌다. 하지만 앞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미 우리는 고령사회를 '체감'하고 있다.

인구절벽 문제는 사회 공동체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늘 눈앞의 현안에 밀려 '한가한 얘기' 취급을 당해왔다. 사안이 복잡하고 그야말로 융복합 정책을 요구하기 때문에 다루기도 어렵거니와 당장 실적을 내기도 쉽지 않으니 정치권이 발 벗고 나서지 않는 것이다. 그 사이 우리사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노인들은 빈곤에 시달리다 자살을 택하고(노인빈곤율 OECD 1위), 청년들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N포세대) 서서히 멸절함으로써 '헬조선'에 복수를 하려는 듯하다.

* 이 글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 주제 : 미리 보는 고령사회백서 - 인구구조 변화와 달라지는 사회·경제

○ 장소 : 마이크임팩트 스퀘어 종로점 12층 E룸 (종각역 4번 출구)

   <인구 충격의 미래 한국>, <은퇴대국의 빈곤보고서>, <세대전쟁>의 저자

  - 세대갈등 어떻게 해소해나가야 할까?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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